‘판매농협 변신’ 선언 농협, 골목상권 침해 논란 재점화

판매사업분야 강화…유통법 규제 적용 받지 않아 중소상인 마찰 우려

2013-12-16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농협이 그간 신용사업에 집중돼 있던 사업을 판매분야로 본격 확대키로 하면서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6일 농협중앙회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서울지역본부에서 ‘판매농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서울농협 경제사업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이날 선포식에서 서울농협은 판매사업을 단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판매사업의 핵심인 유통망을 확충하는 것이 1차 목표인데, 일단 내년까지 도시 소비자 1만 명을 회원으로 두고 농산물을 직접 공급하는 ‘농산물 꾸러미 배달사업’을 벌일 방침이다.또 판매채널을 강화, 서울 전역에 ‘중소형 생활마트’ 20곳을 신설하고 농협은행 점포 내에서 농산물을 팔던 ‘신토불이 창구’를 농축산물 전문판매점 등으로 전환하는 한편 서울 4개 권역별로 광역직거래장터를 1곳씩 만들어 대도시 소비자를 겨냥한 농산물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지역 곳곳에 농협이 운영하는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뿐만 아니라 서울시 학교급식 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기로 했다. 소매부문에 한정돼 있는 판매채널을 도매부문까지 확대하는 한편 도시민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농협의 이 같은 ‘판매농협의로의 변신’ 선언은 신용사업에만 치중한다는 그간의 비판을 해소하고 경제사업 중심의 새로운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하지만 이미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며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농협이 유통채널을 더욱 강화함에 따라 중소상인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앞서 농협은 지난해 6월 정부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내세운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당시 국회는 농수산업 종사자들 보호를 위해 농수산물 판매량이 55% 이상인 매장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 됐는데, 이 때문에 농협 하나로마트는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임에도 불구하고 의무휴업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특히 올해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전국 대형마트 및 SSM 매장이 의무휴헙에 돌입함에 따라 이로 인한 농협 하나로마트의 반사이익 증가가 예상돼 사실상 농협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졌다.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판매농협의로의 전환’을 선포하며 유통채널 강화를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점은 지역상권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이미 지난 9월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통해 하나로마트 매장을 기존 56개에서 42개 증설해 98개까지 확장할 계획을 밝혔을 당시에도 하나로마트에도 대형마트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진 바 있다.이에 대해 농협 측은 “주변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규모 매장을 통해 농협의 특성을 살린 판매농협 전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한편, 농협의 유통채널 강화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국회에서도 다뤄진 내용이다. 지난 6월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기존의 대형마트 외에도 하나로마트와 중형마트에 대한 포괄적 규제 방안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로 검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나 의원 측은 “하나로마트와 기업형 중형마트 등이 법 규제를 피해가 중소 영세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을 막자는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