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스템 운영자의 의사결정에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

2019-09-23     김휘규 공학박사

김휘규
세상의 모든 시스템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각종 오류가 발생한다. 또한 이렇게 발생한 오류는 쉽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해결되지 않고 남아 고질적으로 시스템의 운영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때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각종 증상들에 대한 땜질식 대처로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치명적인 오류로 인해 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운영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엔진오일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딘가에 엔진오일의 누수가 있거나 아니면 엔진 작동 중 엔진오일이 비정상적으로 연소되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나 부속을 찾아 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땜질식 대처도 가능하다. 그냥 줄어드는 만큼 엔진오일을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땜질식으로 처방을 해도 자동차는 일단 큰 문제없이 주행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아마도 자동차 주인은 굳이 비싼 수리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 기술자는 비정상적인 엔진오일의 감소가 최악의 경우 수리가 불가할 정도로 엔진을 망쳐 버릴 수도 있고, 주행 중 엔진이 멈추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 정비지식이 없는 자동차 주인은 차를 몰고 다니면 다닐수록 공업사로 가지 않았던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 할 것이다. 그리고 정비소에 갔으면 괜히 비싼 수리비용을 불필요하게 지출했을 뻔 했다고 도리어 기뻐할 런지도 모른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자동차 주인의 잘못된 의사결정의 문제점이 명백하게 보이지만, 정작 자동차 주인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주행 중 발생하는 엔진의 소음이나 떨림 등 고장의 징후들은 애써 무시하는 한편 오히려 ‘자동차가 잘만 굴러가는데 뭐, 어차피 오래된 차라서 진동, 소음은 원래 발생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합리화를 계속할 수도 있다. 설사 결국에는 엔진 고장으로 자동차가 퍼져 버려도, ‘오래 탔지 뭐, 어차피 바꿀 때가 되었는데 이참에 새 자동차나 한 대 구매해야 겠다’라고 결론을 내릴런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이야기와 비슷한 사례인데 이러한 심리 현상을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Cognitive Dissonance)’ 상태라고 한다. 즉 사람은 자신이 믿는 것과 현실과의 괴리와 불일치한 상태를 참지 못하고 이러한 상태를 해소하려고 하는데,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오류를 바로잡기 보다는 생각 자체를 바꾸고 합리화 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지부조화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수많은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때문에 심리학뿐만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마케팅 등 수많은 학문에서 이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실 인간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수많은 원인과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발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나 자신의 판단이나 지식에 대해 실제보다 크게 평가하고 확신하는 ‘과잉확신(Overconfidence)’ 등 역시 의사결정의 오류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인간의 심리적 행태들이다. 그런데 이런 여러 심리 행태들의 중심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거나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철저히 무시한다는 것이다. 각종 기계장치나 전자장치와 같은 물리적 시스템뿐만 아니라, 제도와 법률, 행정체계 등 소프트한 시스템에서도 언제든지 각종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운영자의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오류로 인한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일단 응급조치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오류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검토하고 시행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원인파악의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인지부조화나 확증편향, 과잉확신 등의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사결정자는 언제나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과 다른 성향, 경험 및 의견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안보 등 여러 하부 시스템에서 소음과 진동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혹시 이것이 치명적인 오류를 유발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시스템 운영자는 본인의 심리적 행태를 유의하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하는 자들을 어떻게든 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