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 희망퇴직·임금체불로 노사 갈등

화이자 노조 “강제 구조조정 반대”…와이어스 노조는 법적대응 예고

2012-12-17     성현 기자

[매일일보 성현 기자] 한국화이자제약 노사가 희망퇴직 프로그램(ERP)과 임금 체불 논란으로 대립하고 있다.

16일 한국화이자제약 노조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 노사는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회현동 본사 10층 회의실에서 희망퇴직 프로그램과 관련, 첫 번째 협의를 가졌지만 기존 입장만 확인한 채 1시간 20분여만에 회의를 마쳤다.

이번 회의는 정부의 약가 인하와 국내 제약시장의 축소, 미국 화이자 본사의 매출 감소 등이 잇따르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사측이 최근 노조에 희망퇴직 실시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대의원회의를 열고 ‘ERP관련 투쟁에 관한 투표’를 실시해 참석자 45명 전원 찬성으로 단체행동 돌입을 확정짓고, 지난달 22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종석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집회에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노조는 집회에서 “희망 없는 희망퇴직프로그램 철폐하라”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성명을 내고 ▲순수희망퇴직 이외는 결사반대 ▲희망퇴직이 오기까지 책임이 큰 임원간부매니저부터 실시 ▲희망퇴직을 이유로 퇴직을 종용하는 임원, 관리자는 끝까지 추적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부당한 인사 응징 ▲희망퇴직을 하려면 정년까지 남은 기간을 전부 보상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날 회의에서 “뉴욕 본사 측을 설득해 퇴사인원을 대폭 줄였다”며 “(퇴직자는) 총 75명 내외 정도 될 것 같고, 관리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기발령이라든지 퇴직을 종용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선 안 되며 순수한 자발적 의사에 의한 희망퇴직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인원을 채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희망자가 없다고 판단될 시 즉각 ERP프로그램을 종료해야 된다”며 강제적 구조조정 가능성 차단에 주력했다.

한국화이자제약 사측은 또 지난 2009년 인수한 한국와이어스의 노조와도 ‘임금 체불’ 논란으로 내분을 겪고 있다.

한국와이어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까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해 지급하고 임금협상도 기본급과 수당에 대해 별도로 진행하던 관례를 올해 1월 1일부터 변경,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켰다. 또 지난 10월 ‘2012년 임금협상’을 타결해 임금을 3.5% 인상했다.

그러나 한국와이어스 노조는 사측이 임금 인상분 3.5%를 적용하지 않고 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 임금체불(단체협상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 포함)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겠다는 뜻도 밝힌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급여제가 바뀌기 전인 지난해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1~10월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매일일보>은 사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한국화이자제약은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의 국내 법인으로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27억원, 6억원으로 국내 제약사 순위에서 제일약품·종근당과 비슷한 8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