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부동산시장 3대 변수]디플레이션 징후로 하방압력 있지만 유동자금이 변수

전례없이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에 커지는 디플레 우려 서울·입지좋은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 심화 가능성 커

2019-09-15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부동산 시장은 디플레이션(경제 전반으로 상품·서비스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현상) 현실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집값이 하락국면으로 전환되는 조정기를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계기준으로 작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국 0.5%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04% 하락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전례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디플레이션에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면 경기 침체 가속화로 부동산 시장이 큰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 붕괴로 소비자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뒤 20년간 디플레이션을 동반한 장기불황의 악순환을 겪었다. 실제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주택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했다.

다만 정부는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위험도는 낮다고 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한국은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변동성이 초래될 가능성도 작다”고 일각의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를 진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발생과 집값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 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경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면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려면 우선적으로 유동자금이 결여돼야 하는데 현재 한국은행이 파악한 유동자금이 1100조원에 달하고 있어 당장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한국에서는 일본과 같은 수준의 물가 정체,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어려워 일본 사례로 한국을 바라봐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징후에 따른 주택시장 영향에 대해선 “인구 감소로 인한 대도시 편중 현상과 시중의 유동성 등으로 인해 서울과 입지가 좋은 수도권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등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