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손에 ‘정치쇄신’ 달렸다

대선 핵심 화두로 부각… 구체적 ‘쇄신’공약 기대 커

2013-12-20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18대 대선에서 부각된 화두 가운데 하나는 ‘새 정치’, 즉 ‘정치쇄신’을 꼽을 수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새 정치’ 구호를 내걸며 출마선언을 한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각 정당에서도 앞 다퉈 정치권의 부패 척결을 위해 ‘정치쇄신’을 대대적으로 표방하기 시작한 것이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미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공약으로 발표하는 등 강력히 밝혀왔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 정치쇄신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 보다 높다.사실 ‘정치쇄신’이라는 표현은 이번 대선에서 처음 나온 말이 아니다.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9년 8월18일 정부 수립 1주년 기념식에서 연설문에 ‘새 정치’라는 내용을 담은 것이 시초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정치와 기술적으로 아무 경험 없는 남녀가 합쳐 새 정부를 세우고, 4000여 년 동안 유래된 정치사상과 신세계의 발전된 '새 정치주의'를 합류시켜 우리가 모범적 정체의 기초를 세운 것”이라고 표현했다.신군부를 이끌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새 정치’라는 구호를 썼다. 전 전 대통령은 1982년 7월17일 제헌절 기념식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후임자에게 대통령직을 이양하는 일은 본인의 간절한 소망이고, 새 시대·새 정치의 지향에도 부응하는 것임을 본인은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그렇지만 ‘새 정치’를 명시적으로 사용한 사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4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당시 ‘새 정치’를 강조하며 정당 기치로 내걸었다.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매 선거때마다 스스로 낡은 정치체제의 종식을 선언하고 정치쇄신을 강조했지만 돌이켜보면 항상 제자리라는 지적이다.그도 그럴 것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으나 제왕적 대통령제와 무능한 정당 정치, 부패한 권력이라는 낙인을 털어내지 못했다.다만 이번 대선 기간 중에 각 후보들이 발표한 정치개혁안은 기존 정치를 탈피하고 이를 구체화하겠다는 강한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 가운데 대통령 권력 분산,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선거구 획정 독립기구 일임, 국회윤리특위 강화 등은 기존 정치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는다.전문가들은 18대 정부는 정치권의 정치쇄신안 논의와 관련, 지금까지 내놓은 쇄신안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신들의 특권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신복룡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는 정치쇄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패 쇄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신 교수는 “정치권에서 정치쇄신이다 뭐다 외치지만 부패 쇄신이 이뤄지지 않고는 정치쇄신을 말할 수 없다”며 “이는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지배권자의 의지의 문제”라고 진단했다.정치 권력이 집중돼 있는 중앙당 역할 축소와 시민이 중심이 되는 ‘유권자 정당’ 활성화가 정치쇄신의 첫 걸음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 정당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중앙당 중심 정치'의 폐해를 수 없이 경험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김용철 부산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쇄신을 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와 정치발전을 위한 정치철학, 선진정치 문화에 대한 정립이 필요한데 우리 정치는 합의는 안 되고 매번 이념 대립으로 정쟁만 벌인다”며 “정당 구조가 정책개발이 중심이 되는 정책 정당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했다.사실 한국 정당 정치사를 보면 ‘1인 보스’체제의 정치가 만연돼 왔다. 광복 이후 유신·군부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시절을 지나 현재까지도 보스정치는 막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그는 이를 위해 정치쇄신의 일환으로 중앙당 역할 축소와 함께 국민공천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이후 한국 정치는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낙후되고 후진적인 분야로 비판받고 있다.경제 사회 발전을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그 발목을 잡는 주범이 정치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정치 개혁과 쇄신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공약을 통해 정치쇄신의지를 강력히 밝힌바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따라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는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대화하고 협의하는 자세를 통해 최대한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