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R의 공포라는 이름의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지속된 세계적인 경기호황 등을 감안한다면 일면 자연스런 수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회피보다도 얼마나 잘 대응해서 넘기느냐가 관건이기에, 이런 시기에는 정책방향도 경착륙(hard landing)보다는 연착륙(soft landing)을 유도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맞춰 일각에서는 건설산업의 위기론도 부각되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종전의 위기론들과 다를 바 없다. 건설위기론은 대개 건설투자의 하락을 대표적인 위기요소로 지목하고 그 다음으로는 관련 요소들을 잠재적인 문제점들로 지목한다. 구체적으로는 부동산 규제 등에 따른 공사 수주의 감소, 인허가 면적 등 선행지표의 감소세, 미분양 주택을 필두로 하는 공급과잉, 건설업의 일자리 감소 등이 그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사실상 동일한 내용으로 제기되던 주장이지만 그간 위기론이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만약 경기침체의 가능성과 연관된 이번 위기론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면, 건설산업이 처한 문제나 상황도 기존과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널리 알려진 위기는 실현되기 어렵다. 특정 사안이 중점이 된 위기론이 제기되면 정부가 이에 맞서며 경기싸이클이 순환형 구조를 갖기에 대응수단도 일정 수준 표준화돼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SOC 투자 등을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정부는 알려진 위기를 어떻게든 막거나 적어도 도래를 연장시키는데, 이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의 속성이 국가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예상되거나 발생하면 정부는 SOC를 중심으로 공공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만 건설 투자의 실행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준비기간이 요구되는데, 이는 예산을 책정해도 바로 집행하기가 어려운 건설사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미 굵직한 건설사업들이 올해 상반기부터 추진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약 24조원), 생활SOC 3개년 계획(약 48조원), 노후 인프라 개선대책(약 32조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23개 주요 사업들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는 획기적인 조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513조원을 넘는 차년도의 슈퍼예산안이 확정된 것도 건설산업에 긍정적이다. SOC예산도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증액될 계획임에 따라 적어도 향후 몇 년 간은 공공투자 중심의 건설공사 물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건설업에 한정한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위기나 폭락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 덧붙여 앞으로도 건설투자에서 일부 소외되거나 비껴난 부분이 있겠지만, 산업 내 양극화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건설업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