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돼지열병 방역협력 요청·유사시 가격안정 대책 마련
통일부, 北에 통지문 전달...김연철 “협력 이뤄지지 않아”
가격 파동 우려에 정부 “도매가 일시 상승...공급량 넉넉”
2019-09-18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파주에 이어 연천에서도 발병하며 전국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발생지역을 포함한 6개 시군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하고 확산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또 북한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남북 간 방역협력을 북측에 요청했다. 정부는 돼지고기 공급량은 넉넉하다며 가격 파동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유사시 가격안정대책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전광석화처럼 신속히 방역”
정부는 현재 이낙연 총리를 필두로 총력대응에 나섰다. 이 총리는 18일 오전 경기 포천시에 있는 돼지 밀집사육단지와 거점 소독시설을 방문했다. 이 총리는 경기도와 포천시 관계자로부터 방역 상황을 보고받고 소규모 농장 같은 방역 취약 농장에 대한 빈틈없는 방역 조치를 주문했다. 또 차단방역시설인 인근 거점소독시설로 이동해 소독시설·장비 작동상황을 점검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경로가 어떻게 되었느냐와 상관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고 단호하게 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구제역 때나 조류인플루엔자(AI)때 보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으로 방역을 했다”면서도 “그런데 이번은 굉장히 단기에 승부를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부는 확산 방지를 위해 초동 방역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연천군 발병 농장에서 긴급 살처분 등 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발생 지역인 파주와 연천을 포함해 포천시, 동두천시, 김포시, 철원군 등 6개 시·군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중점관리지역에는 소독 차량을 총동원해 집중 소독하고, 중점 관리지역에는 생석회 공급량을 다른 지역보다 최대 4대까지 늘려 축사 주변에 집중 살포한다.
농식품부는 또 중점관리지역 내 양돈농장에 대한 돼지반출금지 조치 기간을 애초 1주에서 3주간으로 연장하고, 지정된 도축장에서만 도축·출하하도록 함으로써 타지역으로 반출을 금지한다. 농식품부는 연천 발병농가와 발병농가로부터 3km 이내 관리지역 농장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하기로 했다.
▮북측에 통지문...화답할지는 미지수
정부는 북한에 남북 방역협력의 필요성도 거듭 전달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측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상황과 여기에 필요한 남북 방역협력 추진 필요성들에 대해서 대북 통지문을 오전에 전달했다”고 했다. 통지문은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오전 연락관 접촉 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했을 때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관계 당국이 역학조사를 하고 있는데 다양한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방역 협력을 제안했는데 긴밀하게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파주에 발병하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 계획도 변경됐다. 통일부는 오는 1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주민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주 도라산역에서 진행하려 했던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 ‘평화열차’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통일부는 9·19 선언 1주년의 의미를 고려해 행사를 계획했던 날에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김 장관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남기 “축산물 가격동향 모니터링 중”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북부지역에서 추가로 확진되며 향후 수급 부족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필요한 경우 가격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며 긴급방역, 돼지고기 등 육류가격 등락 문제가 추가됐다”며 “축산물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유사시 가격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범정부적인 강력한 초동 방역조치와 함께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동향 모니터링 및 유사시 가격안정대책 마련에 철저를 기할 것”이라며 “서민생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돼지고기 도매가 상승에 대해 “가축 이동 중지 명령에 따른 중도매인의 선제적 물량확보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파악한다”며 “전염병이 발생한 파주, 연천 등 경기 북부 지역의 돼지 사육 마릿수가 전국의 10% 미만이고 공급량이 넉넉해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