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결국은 ‘양질의 일자리‘가 문제다
2020-09-19 송병형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 인해 온 나라가 격렬한 논쟁을 휩싸였다. 조 장관을 둘러싼 여러 논란 중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은 딸의 입시 문제로, '한국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이 논란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하던 경제가 정체될 때, 수십 년 동안 양질의 일자리로 통했던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고용을 줄여들고,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혼란을 겪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경제 고도 성장기에는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생겨났다. 조직 내에서 직군 간의 이동도 비교적 자유롭고 사환, 알바생 등으로 입사해서 정직원이 되거나, 고졸 사원이 일정한 시험을 거쳐서 대졸 직군으로 옮겨가는 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임원까지 승진하는 일도 가능했다. 그런 기회들이 충분할 때는 부유층이 유별나게 자녀 교육을 시키는 것도, 특수한 커뮤니티를 통해 자녀들을 더 성공시키려고 하는 시도들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불법만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2000년대쯤만 되돌아 봐도, 부모가 국회의원이나 금융지주 회장에게 청탁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지도 않았다. 외국 유학을 한 뒤에 관리자급으로 바로 들어가거나, 아예 적당한 사업을 차려서 대표가 되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재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자녀를 온갖 청탁, 그리고 무리수를 써서 기업 신입사원으로 넣으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엄청난 노력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고 엄청난 스펙 만들어도 들어갈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행해지던 그룹 대규모 공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공채를 해도 10명 정도 뽑을까 말까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교수 추천, 지인 추천 등의 경로들도 없어졌다. 신규 입사자가 적다 보니 어떻게 취업했는지, 적격한 사람인지에 대해 감시하는 시선도 한층 강해지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모두가 이 사회 구조에 짓눌려 있는 중이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자원을 놓고 한국 사회 전체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모두가 불안해하고 불만족에 차 있다.
이럴 때 정치인들, 사회 지도층에게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불안감에 굴복해서 자기 자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길을 찾도록 사회를 변화시켜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 문제해결 등을 위해 보수와 진보가 지난 한 달여 동안 보여준 것과 같은 치열한 공방을 보여 준다면 국민들은 납득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세대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빨리 희망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