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투쟁 시민사회로 확산...한국당 또 초선의원 5명 집단삭발
한국당 비판했던 시민단체도 삭발
2020-09-19 박규리 기자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정치권의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위한 삭발 투쟁이 시민사회로까지 확산됐다. 일반적인 보수 단체들과 달리 중도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나선 것인데, 다른 단체나 일반 시민들까지 확산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 한국당에서는 초선 의원 5명이 나서 삭발 릴레이를 이어갔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국민행동본부 등 400여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은 분열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영으로 갈라져 사회 곳곳이 전쟁터로 변했다"면서 "나라를 더 어지러운 곳으로 이끌고 가지 않으려면, 조국은 법무부 장관에서 당장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일반적인 보수 단체들과 달리,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친박5적 규탄 및 새누리당 해체' 기자회견을 하는 등 중도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 조직들이다. 올해 들어서는 정치권에서 불거진 '5·18 망언'과 관련해 규탄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보수진영의 삭발 릴레이는 오늘도 이어졌다. 이날 삭발한 의원들은 김석기·송석준·이만희·장석춘·최교일 의원 등 5명의 한국당 초선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국민명령 조국사퇴’, '근조 대한민국 민주주의’ 같은 팻말을 발아래 두고 나란히 앉아 삭발했다.
한국당의 ‘삭발 바람’은 정치권 역사상 제1야당 대표인 황교안 대표가 머리를 깎은 뒤부터 본격화됐다. 박인숙 의원이 11일 가장 먼저 삭발했지만, 황 대표가 삭발한 16일 이후에는 매일 같이 삭발 행렬이 이어지는 중이다. 17일에는 강효상 의원이, 18일에는 5서 중진이자 전현직 국회부의장인 심재철·이주영 의원이 각각 머리를 깎았다. 현역 의원 109명 중 9명이 삭발한 것이다. 원외 인사들의 합류도 눈에 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송영선 전 의원이 17일, 차명진 전 의원은 18일 삭발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도 이날 오후 삭발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삭발 행렬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공천용 삭발 릴레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물갈이론'이 대두하고 있는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있는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관계자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릴레이 삭발하면 황 대표가 삭발한 의미가 퇴색될 것 같다"면서 "의원직 총사퇴를 할 수도 없고, 릴레이 삭발투쟁 이후에는 어떤 투쟁방법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