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그룹 ‘일감몰아주기’ 의혹…공정위 첫 타깃 되나?

오너일가 지분 100% 보유한 (주)보령, 지난 10년간 내부거래 비중 급등

2013-12-26     권희진 기자

오너일가 지분 100% (주)보령,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70%
보령 매출 증가할수록 오너 일가 경영 승계 의혹 '솔솔'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 강화에 나선 가운데 보령제약그룹이 그 첫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제약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주)보령은 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984년 8월 22일 건강보조식품, 주차장업, 체육시설운영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보령은 2002년 이후 부동산 관련 사업 목적을 추가한 이후 계열사들을 통한 매출이 급증했다.보령이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을 살펴보면 2002년에는 10% 안팎에 불과하던 매출의존도가 2008년 59%로 오르더니, 2010년과 지난해에는 매출 비중이 70%로  증가했다.지난해 보령의 매출액 81억원 중 35억원이 보령제약에서 발생한 것을 비롯해 보령메디앙스(12억원), 보령바이오파마(3억원), 보령수앤수(2억5000만원), 비알네트컴(2억원), 킴즈컴(1억원) 등 매출의 70% 가량이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였다.보령의 지분구조를 보면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보령의 최대주주는 지분 45%를 소유한 김은선 회장이며, 김 회장의 장남인 정균씨가 25%로 2대주주이다.이어 김 회장의 여동생 은희·은영·은정 씨가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는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즉, 오너 일가가 지분을 100%가진 회사인 셈이다.더군다나 보령은 그룹의 주력사인 보령제약(29.32%)과 보령메디앙스(24.86%), 보령바이오파마(33.7%)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어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보령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보령이 경영권 승계 창구로 활용되고 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김 회장의 장남인 정균 씨가 보령의 2대주주인 상황인 만큼 향후 보령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정균 씨는 2010년 유씨에서 김씨로 성씨를 바꿔 주주명부에 올랐다. 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후계구도를 굳히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돌았다.실제로 정균 씨는 성씨를 개명한 이후 보령의 지분이 기존 10%에서 25%로 늘었으며 보령 지분 외에도 보령제약과 보령바이오파마 지분도 각각 1.39%와 0.3%를 보유 하고 있다.이에 대해 보령 관계자는 “보령은 빌딩을 소유한 회사로 임대료 비중이 높다”며 “원자재를 구매하거나 특혜를 통해 부가가치를 올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자산에 대한 소득일 뿐 일감 몰아주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이어 경영승계 의혹에 대해서도 “경영승계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공정위가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내년부터 보다 적극적인 처벌 강화를 선포한 만큼, 보령그룹이 그 첫 타깃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대부분 오너 중심 체제의 기업들이 많은데, 그동안 일반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어느정도 제재를 가해왔지만 제약업계는 사정 칼날에서 지금까지 비켜나 있었다"며 "최근 사정당국이 불법 리베이트와 세무조사 등 제약업계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귀띔했다.한편,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관행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제23조를 개정해 제재 수위를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