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조국 사태 수습 자체가 쉽지 않은 엄중한 상황”
당원 게시판에 “왜 조국 난도질 당하는 것 구경만” 탈당 위협
검찰 지켜보던 민주당 “檢 피의사실공표 고발” 다시 강경론
2020-09-24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여론에 밀려 검찰 수사를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이후 열성당원들의 탈당 위협이 잇따르자 검찰에 대한 강경론으로 다시 돌아섰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는 "수습 자체가 쉽지 않은 엄중한 상황"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강경론을 외치는 당심과 악화되는 민심 사이에서 집권여당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24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정말로 말이 안나오는 상황이 왔다"며 "(검찰이) 현직 법무장관 집을 압수수색하는 것도 11시간이나 걸쳐서 하고, 그런 사태를 보고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어이가 없다. 온 세상이 검찰에 의해 모든 게 다 말려드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 시작 무렵 당에 예방하는 것을 '조국 사태 끝나고 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본인이나 저희도 이렇게까지 될 거라곤 아마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 (검찰) 본인들도 수습해야 하고 정부도 당도 수습을 해야하는 상황이 왔는데 수습 자체가 쉽지 않은 엄중한 상황에 왔다"고 했다. 이는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가 제어할 수 없는 국면까지 이른 데 대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조 장관 일가를 지탄하는 국민 다수의 여론과 조 장관 일가를 결사수호하겠다는 열성당원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검찰의 수사초기 "나라를 어지럽힌다" "검찰 적폐"라고 강경 대응에 나섰던 민주당은 여론이 악화되자 수사를 관망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날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의 칼끝이 조 장관 본인을 향하자 당원들의 거친 반발에 직면, 다시 검찰에 대한 강경론으로 선회 중이다.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다시 겨냥했다. 그는 "검찰의 위법행위에 대한 심각성 문제를 수정하기 위해서라도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서 검찰에 대한 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이어진 민주당 법사위 회의에서 법사위원들은 실제 검찰 고발 여부와 관련한 법리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더 심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고발이 필요하지 않은가하는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기류는 조 장관의 검찰 수사와 관련 격앙된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응과 직결돼 있다.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이후 당의 대처를 비판하는 글들이 상당수 게시됐다. 한 당원은 "검찰은 건들면 안 되는 성역인가. 왜 집권당이 조 장관이 난도질당하는 걸 구경만 하느냐. 이렇게 무능력해 보이는 여당은 지지층이 다 떠난다"고 비판했다. 일부 강성당원들은 "이번 조국 건에서 밀리면 민주당 탈퇴합니다"라며 탈당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당심을 의식한 듯 민주당 내에서는 "조 장관을 거부하기 위해 검찰이 대통령에 (조국은 안된다는)메시지를 보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관철시키기 위해 밀어붙이는 것"(김종민 의원)이라거나 "(피의사실 공표금지 조치를 연기하자)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훨씬 더 강화돼 진행되고 있다"(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등의 발언들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