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인사스타일 ‘아무도 몰라’… 설왕설래
‘철통보안 인사’ ‘깜짝 인사’ … 사전검증 부족 지적
2013-12-26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선인 유일호 비서실장·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을 계기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둘러싸고 여러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특히 세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위원장 선임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은 더욱 주목 받고 있다.역대 정권을 보면 정권인수위 구성이나 조각 또는 개각 때 대통령의 취향 및 성격에 따라 3∼5배수의 후보군을 미리 외부에 흘려 언론이나 여론의 검증을 받게 하는 스타일이 있는 반면, 측근들조차 모르게 시종일관 철통보안을 유지하면서 전격적으로 막판에 인선카드를 공개하는 정반대의 스타일이 있다.이명박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자의 경우라면 박 당선인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특히 박 당선인은 이전 비상대책위원회나 4·11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도 이미 입증됐듯 인사에 관한 한 보안유지를 생명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첫 인사와 관련해서도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그 누구도 인사를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이에 따라 박 당선인의 첫 인사를 두고 ‘철통보안 인사’ ‘깜짝 인사’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간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인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어지는 파워 게임이나 인사 로비 등의 잡음을 막기 위해서는 인사 과정의 보안이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하지만 지나친 비밀주의 인사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극소수 측근들의 인사 정보 왜곡 전달 가능성에 노출돼 있고 사전 검증 부족으로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박 당선인을 보좌할 신임 비서실장과 대변인들은 26일에도 인수위 후속 인사를 묻는 질문에 “딱히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당선인의 별 다른 언급이 없어서 정말 알 수 없다”등의 ‘전망’만 내놓았다. 앞서 24일 오후 6시 인선을 발표한 이정현 최고위원조차 인선 절차에 대해 “5시 40분에 전화로 내용만 전달 받아 아는 바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박 당선인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인사 명단 유출을 극도로 꺼렸다. 인선 하루 전 비대위원 명단이 보도된 것을 두고 평소답지 않게 “촉새가 나불거려서…”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언짢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전문가들은 대체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가 갖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보안을 중시하는 스타일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특히 측근들 간의 인사권 다툼을 방치할 경우 곳곳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다. 지나친 언론 노출로 인해 선의의 인물이 입을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문제는 인사가 지나치게 폐쇄주의로 치달을 경우 인재풀이 좁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다양한 채널로 의견을 듣지 못한다면 일반 여론과는 동떨어진 사람이 주요직에 진입할 수 있다.‘깜깜이 인사’는 언론 등을 통한 사전 검증이 부실해질 소지를 늘 안고 있다. 지난 2월 허위 학력 사실이 드러나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에서 사퇴한 진영아씨가 대표적이다.전문가들은 이같은 철통보안·깜짝인사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보안을 위한 보안’은 바람직하지 않고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돼야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한 전문가는 “인사에서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이라며 “대선 수개월 전에 인수팀을 꾸리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인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므로 인사 과정이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다른 정치전문가는 철통보안 인사에 대해 “여론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여론에 휘말리다 보면 대통령이 첫발부터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깜짝인사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보안을 위한 보안’은 바람직하지 않고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돼야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박 당선인은 26일 인수위원회 인선과 관련해 “빠르면 내일이라도 전부는 아니지만 부분부분 발표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