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문화예술은 최고의 브랜드

2020-09-26     송병형 기자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이 궁중 문화를 화장품 브랜드와 결합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그 문화적 정통성을 자사 브랜드에 담는 방식이다. 가령 과거 조선시대 옥책(玉冊)과 교명(敎命), 왕비지보(皇妃之寶)라 새겨진 금보(金寶)를 전달하는 황후 책봉 의식을 모티브로 삼아 고급 화장품 라인을 출시하는가 하면 고객들이 직접 그 책봉 행사를 체험해보는 시간도 제공한다. 동시에 창덕궁 대조전의 보존에도 힘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내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은 왕후의 침전인 대조전이다. 이 공간은 전통적인 전각의 모습에 화려한 실내 장식이 더해져 창덕궁 내전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문화재의 상품화’라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 같은 지원이 문화예술적 기업 이미지 제고를 포함한 아트마케팅의 긍정적 효과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화재로 무너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 재건에 있어,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2억 유로, 케어링 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케링 회장이 1억 유로, 로레알 그룹이 2억 유로를 기부하는 등 대기업들의 지원에 힘입어 첨탑 재건 공사가 내년 시작된다. 도시 전체가 문화재인 로마에서는 몇 해전부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의 문화재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콜로세움이 인근 복잡한 교통량으로 내부균열이 일어나자 토즈가 약 390억 원의 보수 공사 비용을 부담했고, 펜디는 노후된 트레비 분수의 복원 비용 31억 원을 떠안았다. 또 스페인 광장은 불가리가 맡았다.  문화재 보존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문화재 보존과 복원 사업에 팔을 걷고 나선 기업들의 지원은 보기에 훈훈하다. 이들은 예술품 복원 후원금을 최고의 명예로 여길 줄 안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브랜드의 이름값을 더욱 높인다. 펜디는 그동안 로마에서 받은 문화적·예술적 영감과 사랑을 되돌려주고자 지원했다고 했다. 다른 브랜드도 비슷하다. 자사 브랜드의 뿌리가 로마 문화의 정통성과 함께한다는 인식을 관광객들 및 자사 고객들에게 심어주는 수준 높은 아트마케팅이다. 궁중 문화를 아트마케팅과 결합한 앞서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은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궁과 왕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궁중 문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이 캠페인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4대궁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의 보존관리를 후원하고, 궁중 문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또한 궁중예술 장인 및 무형문화재들과 제품의 패키지를 협업한다. 
아트에이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