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조직 보니 ‘국정방향’ 보인다
9개 분과 설치… 위원 명단 발표는 해 넘겨 ‘이례적’
2013-01-01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31일 대통령직인수위에 국정기획조정 등 9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24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는 인수위원 인선은 발표하지 않아 인수위 최종 구성은 이례적으로 해를 넘기게 됐다.박 당선인은 2007년 이명박 당선인 시절보다 2개 더 많은 9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했다. 5년 전 교육인적자원부·문화관광부·노동부를 묶어 전담했던 사회교육문화분과를 고용복지분과·여성문화분과·교육과학분과로 세분화했다. 박 당선인이 향후 국정운영에서 해당 분야를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박근혜 민생정부’의 청사진이 선명해졌다.고용복지분과는 고용노동부 업무 전반과 보건복지부 영역 일부를 함께 맡는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당선인 의중을 반영한 조합이다.박 당선인은 지난 26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을 때 경제민주화 실현의 중요 과제로 고용안정을 강하게 촉구했다. 공약 중에서는 ‘늘·지·오’(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리겠다는 의미) 정책을 구체화하는 일과 함께 비정규직 대책도 다룬다. 18대 대선 이후 상실감에 휩싸인 노동계를 끌어안을 방법도 논의될 전망이다.여성문화분과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를 맡아 총괄할 예정이다. 특히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양성평등 및 여성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여성정책을 발표하면서 “여성 인력 활용 여부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문화 가정, 문화·예술 정책 등도 이 분과에서 맡게 된다.교육과학분과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공계 출신인 박 당선인이 신설을 약속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 영역이기도 하다. 창조경제론 구현을 위한 ICT(정보·통신·기술)의 활용 방안과 ‘반값등록금’ 공약을 비롯한 교육정책 등을 점검하고 검토하게 된다.이명박 당선인 때의 법무행정분과는 법질서사회안전분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헌법재판소장 출신 김용준 인수위원장 인선으로 강조했던 법치와 사회안전에 대한 수호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이다. 선거 기간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던 박 당선인의 의지도 반영됐다.다만 신설될 것으로 관측됐던 경제민주화 관련 분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발표에 포함된 경제 전담 분과는 경제1분과와 경제2분과다. 둘 중 한 분과가 경제민주화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인수위에서는 1분과가 주로 거시경제 정책을 담당했고, 2분과가 실물경제 분야를 맡았다.인수위 업무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행정실장에는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지냈던 새누리당 임종훈 수원영통 당협위원장을 임명했다.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수위원, 전문위원, 직원 등은 법에 정해진 임무가 끝나면 각자 원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이분들이 차기 정부로 옮겨가는 것을 전제로 임명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수위가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으로 비쳐 정부나 기업 등의 로비 대상이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한편 과거 이명박 정부(12월26일) 노무현 정부(12월30일) 김대중 정부(12월27일) 인수위가 출범할 때에는 모두 당선된 해를 넘기지 않아 새해부터는 정권 인수 작업에 들어갔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출범이 늦어진 만큼 향후 인수위 활동에 무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