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커지는 디플레 공포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8월 역시 사실상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셈이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폭은 0.4%로, 8월 0.04%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해 9~11월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유가· 농산물 가격 하락, 고3에 대한 무상교육 실시를 비롯한 정부의 복지정책 등으로 인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했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9월 물가 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이다...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이 예상된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는 설명이다.
실제 전년 동월 대비 농축수산물(-8.2%)·휘발유(-6.3%)·경유(-3.7%)·자동차용LPG(-12.4%) 가격이 내려갔고, 공공 서비스는 1.2% 하락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세(-0.1%)와 월세(-0.4%), 오락 및 문화(-1.3%) 물가 하락 등 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여기에 연말 물가 상승이 있더라도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점 역시 우려를 더한다.
특히 한국 경제가 지난 2017년 9월 ‘경기 정점’을 기록한 뒤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빠졌다는 점을 감안, 디플레이션 국면의 초입 단계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날 열린 니어재단 세미나에서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지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현재를 일본의 장기불황 초기와 같은 모습이라고 보기도 했다. 특히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민간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그는 “성장보다 복지에 예산이 치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