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검증’ 어떻게 진행되기에…

검증구멍’ 복병 등장… 인수위원 4일쯤 발표할 듯

2014-01-02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급 인사가 해를 넘기며 늦어지는 가운데 그들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와 방법 등이 주목받고 있다.인수위 후속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새누리당 안팎에선 최근 잇따라 제기된 ‘검증 구멍’이란 복병이 등장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첫 인사인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강경 보수’ 성향이 국민대통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빗발쳤다. 여기에다 지난달 27일 임명된 윤상규 청년특위 위원이 운영하는 기업체가 불공정하도급 문제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고,하지원 청년특위 위원은 서울시의원 시절 돈봉투를 받았다가 처벌받은 전력이 속속 드러나면서 야당에 공세 빌미를 줬다. 당내에서 조차 ‘밀봉인사 폐해’나 ‘깜깜이 인사검증 한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이 때문에 자칫 출범도 하기 전에 인사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박 당선인이 인선 발표를 연기하면서까지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당선인이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박선규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그만큼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박근혜 정부의 기초를 다질 분들을 찾는 작업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고, 최선을 다해 찾는 중이니 좀 더 여유를 갖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인사 검증은 청와대 등 현 정부와의 협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당선인 측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검증에 관해서는 우리가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현 상태에서는 청와대 검증팀과 협조하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주목할 만한 분의 인사 파일을 대체로 갖고 있고 시작단계부터 필요할 때 협조된다”고 말했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르면 4일이나 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 임명을 마치고 인수위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현재 박 당선인측은 정부기관에서 인수위로 파견되는 공무원과 전문위원 명단을 넘겨받아 기본 인선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2일 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무부처에서 명단을 압축해 행정안전부로 넘기고 그 자료를 행안부가 인수위로 보냈을 것”이라며 “인수위는 받은 명단을 갖고 기본 검증을 하고 있거나, 거의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당내에서도 20여명의 인수위원 명단이 이미 박 당선인에게 제출되어 검증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해지고 있다.인사검증은 기본적으로 전과기록이나 중징계 내용을 검증한다. 또한, 각 분과 위원장들 역시 2배수로 압축돼 최종 검증 및 내정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현행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국가공무원법을 준용,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파면·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후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인수위원이나 직원에 임명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금고 이상의 실형선고 후 집행종료나 집행하지 않기로 확정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법원판결 등으로 자격이 상실·정지된 사람 ▲파면 처분을 받은 때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 8개항이다.하지만 금고 이하 벌금형이라도 정치적 논란을 빚거나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인수위에 참여할 수 없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 인수위원 검증을 국무위원 장관급 후보자들처럼 검증수위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는 병역기피나 탈세, 부동산 투기 등을 검증할 경우 검증시간이 소요되어 인수위 출범이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출범이 역대 인수위 중 가장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박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이후에는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검증팀은 청와대 요직과 차기 정부 내각 주요 인사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는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시절, 별도의 인사팀 없이 소수 측근 중심의 비선라인을 통해 인사가 이뤄져 잡음과 문제가 많았던 데 따른 것이다.당내 실무인력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세청·경찰·경찰 관계자가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인수위 실무 간사단 일부가 차기 정부 내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꼼꼼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 일부 멤버가 내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부는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청문회 통과 수준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속 인선이 생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편 역대 정권 인수위 사례를 살펴보면 인수위원에 대해서는 소극적 검증을, 내각·청와대 인선에 있어선 적극적 검증을 해왔다.인수위원의 경우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철학·비전을 구체화하는 중책을 맡지만 두 달간 한시적으로 활동하는데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밀 검증 대상에서 제외돼왔다.5년 전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에는 김형오 인수위 공동부위원장, 맹형규·진수희·박진·최경환 의원 등 선거과정에서 여러 차례 검증을 받아온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수위 출범 전인 만큼 당연히 인수위원 검증 주체도 명확하지 않았고 인사검증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아 인수위원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하지만 내각·청와대 인선에 대해서는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모두 독자적인 방식으로 정밀 검증을 실시했다.노무현 당선인은 청와대 참모진을 우선 구성, 이들로 하여금 국무위원 후보들을 검증토록 했다.당시 내각 인선에 앞서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문재인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보좌관을 서둘러 내정, 이들로 하여금 인사 추천·검증 작업을 주도하도록 한 것이다.또한 노무현 정권이 김대중 정권의 연속성을 가졌지만 체계적인 인사검증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김대중 청와대’와의 협업을 진행하기보다는 별도의 인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그 일환으로 주요직 후보에 대한 사정기관의 기초자료에 덧붙여 다면평가를 실시, 인사검증 자료로 활용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비서실 내에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둬 인선작업을 진행했다. 정권교체로 인해 앞뒤 정권의 협조관계가 원활치 않았던 만큼 노무현 정부가 축적한 인사 자료·시스템을 활용하기 어려웠고, 결국 독자적인 인사검증을 실시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와 협조관계가 안 좋은 면도 있었지만 인사 보안, 새 정부에 참여할 인사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주관적 평가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따라서 경찰·검찰·국세청 인력과 함께 국회에서 인사청문을 여러 차례 경험한 보좌진 등으로 인사검증팀을 꾸려 주요직 후보군을 압축하고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