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브로커 충격고백> 고르는 재미가 쏠쏠~한 요지경 스폰서 세계

신인 사진 펼쳐놓고 콕 집어 “오늘은 얘 데려와”…여자 톱스타 ‘공백기’는 유혹의 시기

2010-04-13     정수호 기자

“동의 없는 강제 성상납 없다…스폰서 요구하는 신인도 많아”
기간 단위로 후원가격 결정…1년 ‘톱스타’ 5억 vs ‘신인’ 1억
스폰서 계층 권력실세로까지 확대…잘 보이면 부수입도 짭짤

[매일일보=정수호 기자] 지난달 7일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이 남긴 ‘장자연 리스트’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계의 성상납, 술접대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 가운데는 유력 언론사 대표와 방송사 PD, IT 업체대표, 금융업체 대표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두 “나는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과 스폰서의 은밀한 뒷거래가 ‘까발려지고’ 있다. ‘스폰서’란 해당 연예인에게 돈을 주고 일정 기간 동안 성관계를 맺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기업체 회장이나 사업가 등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의사나 조직폭력배 등도 이에 합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연예인의 입을 통해 스폰서 관련 소문은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가수 A는 지난 1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스폰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공개, 파장을 일으켰다. ‘힘든 부분을 도와주겠다’ ‘만나줘도 3억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혀 연예계 스폰서의 존재가 공공연한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30대 후반의 한 여배우도 “과거에 백지수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스폰서의 존재를 알렸다. 또 그녀는 “스폰서는 예전부터 있었다”며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스폰서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현직 브로커로 활동 중인 B는 “방송에도 나왔듯 스폰서를 찾는 연예인들이 많다”고 인정했다. B에 따르면, 스폰서를 필요로 하는 여배우는 보통 신인이지만 개중엔 톱 탤런트들도 있다. 스폰서 가격은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달라진다. 신인급은 3개월에 2천만~3천만 원, 6개월은 5천만~6천만 원선이다. 하룻밤이라면 5백만~1천만 원이다. B는 “방송에서 보도된 톱스타의 스폰서 값인 20억 원은 부풀려 진 것 같다”며 “몇 개월 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톱스타의 경우 1년에 많아야 5억원선”이라고 정정했다. 또 “스폰서는 연예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강제로 시키지 않는다. 나중에 탈이 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스폰서십이 성사되면 브로커가 금액의 10%를 뗀다. 소속사 대표도 이 가운데 20% 정도를 가져간다. 돈은 혹시 모를 위험을 차단하고자 스폰서십이 성사된 날 ‘현금’으로 전액 지급된다. 통장과 수표 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소문만 무성할 뿐 좀처럼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해당 연예인과 소속사 대표, 브로커, 스폰서 외에는 철저히 차단되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이 없다시피 한 신인이라면 스폰서에게 전달할 프로필을 작성한다. B는 “물주가 관계를 맺을 신인을 찾으면 몇 명의 프로필을 전달한다. 그 뒤는 물주가 마음에 드는 연예인을 점찍으면 스폰서십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억대 넘어서는 스폰서 비용

한때 신인 여자연예인들을 관리했다는 또 다른 연예관계자는 “스폰서를 해줄 연예인이 있느냐는 전화를 몇 번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물주가 직접 전화하지 않고 비서를 통해 문의가 온다”면서 “마음에 들면 돈은 물론 각종 명품과 자동차, 집까지 사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속사에서 시키지 않아도 물주를 잡아달라고 요구하는 신인도 많다. 스폰서에 생각이 없던 연예인도 돈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고 했다.

그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소속사가 잡아준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연예인들도 있다”며 “특히, 수입이 없는 연예인과 소속사는 방송사 PD나 광고주 등에게 성상납이나 술접대를 해서라도 방송 출연과 CF 계약을 따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 불황과 장자연 사건 탓에 모두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스폰서를 찾는 연예인도, 물주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장자연 사건이 잊히지 않는 한 당분간 스폰서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예인이 ‘스폰서’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만큼 ‘품위 유지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스폰서를 연결하는 어느 브로커는 “연예인이 스폰서 제의를 거절하는 경우는 10~20%밖에 안 된다. 연예인은 일반인과 달리 사람을 만나더라도 특급 호텔에서 만나야 하고 좋은 옷도 입는 등 외모 치장에 신경을 쓰다 보니 돈 앞에서 많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연예인이 스폰서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탤런트 C양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백지수표를 제안 받았던 경험을 고백한 바 있으며, 연예인을 꿈꿨던 한 레이싱 모델도 은밀한 유혹을 받고 연예계에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녀는 “가수로 데뷔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가수가 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술자리뿐만 아니라 잠자리까지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스폰서 직업군 ‘재력가’에서 ‘권력가’로 다양해져

돈과 섹스로 어지러운 연예계 ‘스폰서’의 실상은 소설의 소재도 됐다. 기자 출신 월간 북라이프 김동성 대표는 2002년 소설 ‘스폰서’를 냈다. 8년 동안 스포츠·연예 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녹여 연예계의 벌거벗은 자화상을 담았다.

김씨는 “소설의 주인공은 당시 실존한 톱스타 두세 명을 합성한 인물이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모두 실제 인물을 염두에 두고 써서 사실상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논픽션과 다름없다”고 밝혔다.과거의 스폰서 행태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스폰서의 직업군이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시 스폰서 하면, 돈을 매개로 연예인의 뒤를 봐주고 거래하는 재력가였다. 지금은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언론사 대표 등 권력을 갖고 있는 파워맨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연예기획사의 대형화 탓에 스폰서의 직업이 달라졌다. 연예기획사가 투자나 상장을 위해 몸집을 불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장자연처럼 한 연예인의 스폰서라기보다 ‘연예기획사 대표의 스폰서’라고 할 수 있다. 소속사 배우를 동원하고 배우 역시 자신의 회사가 커야 자기도 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접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