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독식시대] 자동차 산업 양극화…철강업계는 중소기업 퇴출 가속

자동차, 쌍용·한국지엠·르노삼성 등 부진…부품업계, 영업망 등에도 영향 철강업계, 수년째 구조조정…대기업 더욱 커지고 중기 자리엔 중국산 대체

2019-10-06     문수호 기자
르노삼성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국내 산업계가 장기 침체를 맞아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대기업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속 투자를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악재가 겹치며 퇴출 위험에 직면해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 중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3개사의 형편은 그리 좋지 않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시장점유율은 5% 아래로 추락했다. 절치부심해 반등에 총력을 기울여할 시기지만 노조 갈등으로 내부부터 문제가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은 계약이 종료되는 로그 물량에 대한 후속 계획이 없고, 신차 배정도 묘연한 상황이어서 반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 신차 투입에 나섰지만,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쌍용차는 노사가 합심해 회사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 경쟁력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지속적인 신차 출시와 집중 투자에 나서며,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으며 제 2의 전성시대를 맞는 분위기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 국내 완성차 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완성차 업계의 행보는 자동차부품업계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 등 단일 업체에 공급하는 부품업체는 줄어드는 추세다. 차 생산량이 줄면서 협력업체도 갈수록 위축되는 분위기다. 각 완성차 업체의 영업망도 무너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대기업은 양호한 실적을 올리며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사업 축소나 설비 폐쇄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최근 수년간 인수합병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합병했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역시 합쳐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기업의 몸집이 더욱 커진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비엔스틸라 아산공장 폐쇄에 이어 디케이동신의 라인 1기 가동중단, 우주벽진의 설비 폐쇄에 이어 48년 역사의 세일철강도 동력을 잃고 올해 안 가동중단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저품질 저가제품 시장을 중국산에 빼앗기면서 고품질 설비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선 대기업만 살아남게 됐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산 저품질 제품 수입을 막기 위해 애를 썼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수입에 무방비로 노출된 철강업계 특성상 중소·중견기업의 퇴출을 피할 순 없었다. 결국 선제적 투자 등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한 대기업과 특화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업체만이 살아남는 추세다. 철강업체와 최종 수요가의 연계 역할을 하는 철강유통업계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업계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이 축소됐고, 중국산 저품질 제품의 범람으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후방 산업 영향을 크게 받는데 자동차, 조선, 건설 등 후방산업이 모두 침체돼 있어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