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잠 못 이루는 밤… 숙면책은?
새 내각·정부조직, 주요 정책, 인선 방식 등 ‘고민 중’
2014-01-03 김영욱 기자
고심 거듭하는 인수위 추가 인선
박 당선인의 최근 일정을 살펴보면 지난해 31일 오전 경기 광주 특전 교육단을 방문했고 새해 첫 공식행사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새누리당 2013 신년인사회를 찾은 것이 전부다.박 당선인은 지난 1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공식적인 일정을 잡지 않았다. 그만큼 인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박 당선인의 보안 인사강화로 차후 인수위원회 구성, 비서실 인선, 조각 등 전반적인 정권출범 시간표가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 한층 숨가쁘게 짜여질 것으로 보여진다. 당장 해를 넘긴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가 언제쯤 공식 출범할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역대 정부의 인수위가 대부분 당선된 해에 출범한 만큼 박 당선인의 인수위가 더 늦쳐질 경우 정부조직개편과 국무총리 인선 등 새 정부 출범을 위한 후속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현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07년 12월 26일에 인수위를 발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3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26일에 각각 인수위를 출범시킨 바 있다. 반면 노태우ㆍ김영삼 당선인의 경우 각각 해를 넘긴 1월 19일과 1월 4일에 인수위 구성을 완료했다.박 당선인은 3일 현재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대변인 등 주요 인선과 함께 국정기획과 경제1,2 등 총 9개 분과로 구성된 인수위 조직구성만 완료한 상태다. 각 분과를 책임지고 이끌 간사 등 24인 이내의 인수위원은 현재 막바지 검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예상보다 인수위 후속 인선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첫 인선이었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등 일부 인사의 자질논란이 빚어지며 당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이에 따라 박 당선인은 후속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대선 캠프에서 공약을 성안한 국민행복추진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수위를 구성하고, 내각과 청와대 인선은 이와 별도로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인수위 출범이 더 늦춰질 경우 정부조직개편이나 국무총리 및 장관 등 첫 조각(組閣)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장관 등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에 차질이 없으려면 박 당선인이 공약한 정부조직개편안이 이달 말까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인선도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지명을 해야 새정부 출범과 시기를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총리나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일부 낙마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서둘러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체계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전문가들은 나 홀로 인사는 자칫 인재풀을 좁히고 검증이 부실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한 전문가는 “아무리 주위 측근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해도 추천 인재풀은 고만고만한 것이 아니냐? 박 당선인과 측근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인재가 있는데 보안에만 신경쓰며 소통을 단절함으로써 인재풀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당선인이 어떤 방식으로 인선 대상자들을 검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언론검증이나 여론검증이 가장 정확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소신인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우려하는데 결국 선택은 당선인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속정부’ 17∼18개 확대 구상
박 당선인은 ‘슬림형·실속형’ 정부에 초점을 맞추고 차기 국정 운영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박근혜 정부에서의 국정 운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책임 있는 변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부 조직 개혁은 물론, 인선 방식도 책임총리제를 필두로 한 내각의 권한과 책임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우선 정부 조직 개편의 수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이 대선 출마 선언 당시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내세운 첫 공약이 ‘정부 3.0선언’이었다. 상명하복의 ‘정부 1.0’, 쌍방향의 ‘정부 2.0’을 넘어서 개인별 맞춤 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박 당선인은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한 정부 협업 시스템 강화, 대학과 기업을 연계한 ‘산학협력’ 등 부문별 협업 확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춘 ‘3.0 정부’의 조각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7년 당선인 시절 부처 통폐합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뒤 슬림화를 추진했었다.박 당선인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책공약집에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 생태계 전담조직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일부 부처 개편이 확실시된다.박 당선인의 정부 조직 운영 및 개편 방향은 기존 교육과학기술부를 세분화 해 과학기술과 정보기술 분야로 나누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틀아래 ‘창조경제론’에 방점을 찍었다.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전담할 미래창조과학부, 수산·해양 관련 업무를 통합관리하는 해양수산부, 정보통신 생태계를 총괄할 정보통신부 신설 등이 골자다.박 당선인은 여기에 금융위원회를 금융부로 승격하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을 흡수해 확대하는 등의 금융 경제 분야 밑그림을 그려왔다.금융부가 신설되면 국내외 금융정책을 전담하는 것은 물론 산하에 금융감독원을 둬 과거 재무부 수준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조직에서 소비자보호처와 자본시장 공시업무 등을 세분화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점쳐지고 있다.아울러 박 당선인은 성범죄 전담반을 신설해 성폭력 수사에서부터 재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기회균등위원회 설치도 공약으로 제시했다.이대로라면 현행 15부 2처 18청인 정부조직은 노무현 전 정부 때의 규모인 18부 2처 18청으로 확대된다. 이명박 정부 5년간 98만8755명에 달했던 공무원 인력도 증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