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99.9%의 청년들은 촛불도 들지 못 했다
2019-10-06 송병형 기자
법무부 장관 임명 건으로 촉발된 논쟁이 두달째 이어가고 있다. 장관 딸의 고려대 입학 논란, 서울대 대학원 장학금 논란, 부산대의전원 장학금 논란 등에 더해, 제1야당의 원내대표는 아들을 불법으로 조기유학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그 아들의 대학진학을 위해 국립 서울대 시설과 장비 등을 멋대로 사용하는 부정을 저질렀다. 이들을 통해 주류급 상류층의 기득권 세습을 위한 온갖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대입제도 개편, 검찰 개혁, 대규모 집회 그리고 20대 청년의 분노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20대의 청년의 분노가 학력과 지역에 따라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의 일부는 촛불을 들며 조 장관의 사퇴 등을 주장했지만, 수도권의 기타 대학생 집단과 지방소재 대학생들은 촛불시위를 못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 여러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지방의 학생집단이나 청년들은 조 장관이나 나 원내대표 자녀들을 위한 행태를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한번 들을까 말까한 다른 나라 얘기로만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부모의 사회적 신분격차로 나타나는 기득권적 행태에 이미 체념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좌절과 상실감을 확인했을 뿐 더 이상의 분노를 분출할 기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많은 20대 청년들은 정보의 비대칭과 경로탐색의 결핍, 접근기회의 차단 등의 불공정 양극화로, 일본 주오대학 사회학부 교수 야마다 마사히로가 정의한 ‘격차사회’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SKY대생의 일부지만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확고하게 서열화 된 대학사회에서 정점에 있는 청년들이다. 아마도 자신들은 조장관 딸이나 나원내대표의 아들과 다른 100% 자신의 노력과 역량으로 명문대에 들어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SKY대 학생은 여타 수도권 대학과 지방의 대학생 집단과는 ‘격차사회’를 보는 결이 다른 것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공동체의식이나 노사연대의 사회적 합의정신이 거의 깨진 상태에서 새로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했다. 고용시장이 협소해지면서 고용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고 그 진입 시기는 길어지고 문호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이들은 또 국가나 사회로부터 청년을 위한 혁신적 혜택이나 국가사회적인 이벤트를 경험하지 못했다. 오직 치열한 입시경쟁과 취업 전쟁만 기억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청년들은 경제적 부를 축적할 기회가 없거나 부족하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나 공공기관들이 이들을 위한 고용기회의 확대나 양질의 일자리 확보, 안정된 주거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국정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나 보다 과감한 지원책과 추동력을 발휘해야 한다. 당연히 국회가 나서 이런 정책들의 법제화 등으로 지원하고 촉진해야 하는데도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정쟁으로 지새다보니 기대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청년들에게 상실감이나 불평등이 내면화되도록 해서는 앞으로의 사회가 불안해진다.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온 이들 청년세대에게 이런 내면화된 차별을 완화시키고 더불어 사는 사고를 불어 넣어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