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에도 서초동 촛불에도 침묵하는 靑
국민 분열 현실에 “고민은 하고 있다”
2019-10-06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와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가 상반된 성격으로 열리고 있지만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과 공존’을 강조해온 만큼 문제해결을 위한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지난 5일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시민연대)는 오후 6시부터 서초역 사거리에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에 앞서 개천절이었던 3일에는 조 장관 파면과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됐다.
조 장관과 관련한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없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언급만이 간헐적으로 나왔을 뿐이다. 이는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내놓더라도 양분된 여론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할 얘기는 없다”면서도 “고민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그간 ‘통합과 공존’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 만큼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취임식에서의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초동과 광화문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17년 2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고 나서 퇴진 요구 집회가 열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을 받고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물러나라고 한다면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개혁도 국민들의 손을 꼭 잡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속도를 늦추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시민들 앞에서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촛불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전날 열린 광화문 집회와 관련 “문 대통령은 퇴진 집회가 있으면 직접 나온다고 하더니 정작 청와대는 공포의 충격 속에 빠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