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 갈등 조장하는 ‘학생부종합전형’ 폐지 고민할 때
2020-10-07 홍석경 기자
최근 일부 고위층 자녀들의 입시특혜 의혹들이 불거지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학종은 여러 입시전형 중 하나로 시험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를 함께 평가해 입시에 반영하는 제도다. 내신성적 등 정량평가뿐만 아니라 수상과 자격증, 진로,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학습, 독서, 행동발달 등의 정성평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따져 학생들을 선발한다.
여기에 대교협 공통문항 3개와 대학별 자율문항 1개, 총 4개로 구성된 자기소개서도 평가에 넣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 추천서도 필요로 한다.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상위권 대학(교)’들은 대체로 학종 비중이 높다.
이미 수많은 학생들이 학종을 통해 전국 각 대학교에 입학하고 있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학종 선호가 높다. 학종을 통한 대학 입시 비중은 정시 규모를 앞선 지 오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입시 전형별 비중은 수시가 77.3% 가장 많고 정시(22.7%) 수시중 교과(42.4%), 학종(24.5%), 논술(3.5%) 순이다.
문제는 학종이 취지와 달리 일부 학생의 상위권 대학 입학을 위한 편법 지름길로 악용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입시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교생 중 내신 4등급 미만의 학생들은 논술과 적성을 제외하면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내 학교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통상 내신등급은 학교별 차이를 두더라도, 평균의 특성을 감안해 1·2학년 1·2학기 중간과 기말, 3학년 1학기 중간, 기말 총 10번의 시험 중 단 한번이라도 낮은 점수가 나오게 되면 전체등급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보통 내신은 학교 수준이 낮을수록 성적 관리에 유리하다. 과거에는 없었던 재미있는 입시 문화도 보인다. 현재 중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서울대 합격 인원이 많은 학교에 진학하지 않는다. 대신 대입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교에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이런 학교의 경우 내신이 1등급인 학생의 모의고사 점수는 3등급 불과하지만, 학종을 활용하면 서울 상위권 대학교 지원이 가능해진다.
교육당국의 학종 도입 취지는 학부모의 사교육비와 학생의 교과 부담을 줄이고 다른 요소를 입시제도에 반영해 선택지를 넓힌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종의 경우 입시제도의 성격보단 상위권 입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정함을 생명으로 하는 입시제도의 경우 그 성격은 달라도 수준은 같아야 한다. 모든 전형이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입시전형별로 난이도가 존재하다 보니 가장 쉬운 전형이 편법처럼 악용된다.
이럴 경우 교육당국의 제도 자체의 신뢰가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정시를 통해 대학교에 지원한 학생과 그러지 않은 학생 간 교육 갈등도 조장하기 십상이다. 대학교 입시 전형 중 수시 비중이 70%를 넘어선 상황에서 또 다른 전형으로 정시 비중을 낮출 이유가 있는지도 의구심이다.
오히려 흩어져 있는 전형 유형을 통합하고 일부를 수시에 반영해 내신 중심의 수시와 시험 중심의 수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갈등만 양산하는 학종은 폐지되거나 축소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