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착각에 대한 소고(小故)

2019-10-07     김휘규 공학박사
김휘규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사실 그런 실수들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욕심이나 착각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착각에 따른 실수는 수습도 힘들고 충격도 큰 법이다. 왜냐하면 착각이라는 것 자체가 실제 상황이나 사실관계와는 완벽하게 반대로 판단한다는 의미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팩트(fact)를 무시한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상황이 크게 악화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착각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한 무관심이나 방심으로 유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만심이나 고집 등에 따라 발생하는 사고패턴인 것 같다. 즉 착각을 한다는 것은 심각한 사고정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최근에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착각 때문에 큰 낭패를 본 일이 있다. 최근 작은 집을 장만해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간 여러 차례 전셋집을 옮겨 다니는 동안 살림살이가 많이 늘어있었다. 하지만 전부 짝도 맞지 않고 낡은 것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큰 가구나 오래된 가전들을 모두 버리고 새로 장만하기로 했다. 그러면 이삿짐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옷가지, 그리고 주방용품만 간단하게 옮기면 그만인데 굳이 포장이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가볍게 짐을 싸고 용달트럭을 불러 옮기면 그만일 것만 같았다. 또 시간도 부족한 김에 도배와 이사청소 등은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했다. 게다가 조명교체나 현관 데코타일 시공 등과 같은 자질구레한 집안수리나 인테리어는 DIY제품들이 많이 나와있으니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림도 없다며 반대하는 집사람을 설득해 나의 고집에 따라 전부 직접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걱정하는 집사람에게 그게 무슨 큰 일이냐며 퇴근 후 잠깐씩 짐을 싸고 물건을 버리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터넷에서 DIY제품을 설치하는 동영상들을 보여주면서 정말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고 강변했다. 그런데 반대하는 집사람을 설득하면서 이상하게도 나의 주장은 점점 강해져만 갔다. ‘그래, 나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 ‘이 정도는 분명 직접 내가 전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점점 공고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사고는 정체되어 있었고 내가 무엇인가를 착각하고 있다는 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었다. 막상 이삿짐을 싸기 시작하니 집안 곳곳에서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 왜 이런 물건들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짐을 싸는 일주일 동안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으로 예약했던 도배며 각종 시공업자들은 작업감독이 없어서 인지 대충 일을 처리하고 떠나버렸다. 동네에 있는 업체 같으면 찾아가서 항의라도 하겠지만, 얼굴도 모르는 업체와는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DIY 제품들은 이사를 들어갈 집에 쌓여가고 있는데 막상 작업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이사 날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물론 이사 날에 배송오기로 한 큰 가구며 가전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결국 퇴근 후 일주일간 새벽 2~3시까지 작업을 해야 했다. 나의 착각이 불러온 대가는 컸다. 이사는 지옥과 같았다. 어떻게 겨우겨우 이사와 셀프 인테리어를 마쳤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결국 모든 일들이 ‘내 생각이 옳다’, ‘내가 직접 전부 처리할 수 있다’는 엄청난 착각의 결과물이었다. 별 것도 아닌 개인의 소소한 경험이지만 교훈만은 명확했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이든지 “절대로 내 생각만이 옳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혼자만의 생각, 즉 독단(獨斷)이 위험한 이유는 분명하다. 게다가 개인 혼자만의 지식보다는 여러 사람의 의견과 지식이 모이면 더 낳은 결과를 가지고 옴이 분명하다. 특히 근자에 들어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둘째 교훈은 ‘모든 일을 전부 내가 처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백지장도 맞잡으면 낫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이사 후 여기저기 아픈 몸에 파스를 붙이면서, 문득 이 두 가지 교훈이 필요한 것은 비단 개인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특히 기업경영이나 국가통치에 있어서도 반드시 되새겨 봐야 할 매우 중요한 교훈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 우리사회에 논쟁과 분란의 핵심이 되는 사안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결코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매우 당연하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수록, 막상 현실에 대입해서 음미하고 느끼기에는 어려운 법이다. 어찌 되었건 간에 세상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나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