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키워드 ‘정부 3.0’ 주목할 이유는
박근혜 정부개혁 의지… ‘공개·공유·협력’ 핵심
2014-01-06 김영욱 기자
일방향 ‘정부 1.0’·쌍방향 ‘정부 2.0’과 대별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촛불 시위로 이어지면서 국민 신뢰를 잃었던 점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특히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공(功)은 계승하되 과(過)는 과감하게 개선, 차별화된 국정 운영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현 정부가 민생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차기 정부가 현 정부와는 다른 ‘민생 정부’가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뛰어넘어 ‘시대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그의 국정 운영 구상은 현 정부가 활발한 외교로 국가 위상을 높이고 7대 수출국 진입 등 경제 외형지표 달성엔 성공했지만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어렵고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해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박 당선인이 준비된 첫 여성대통령 후보로서 제시했던 4대 국정 지표는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 등 이다.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며,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먹고사는 민생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국민통합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인수위 총괄간사격인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에 예상을 깨고 정치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정학자인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가 ‘깜짝’ 발탁되고 분과 인수위원으로 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정부개혁추진단장인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임명된 것은 이를 짐작케 한다.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 시대를 달성하기위한 밑그림을 통괄할 유 간사는 박 당선인과 친분 관계가 드러나지도 않고 새누리당 활동에 참여한 적도 없다. 유 간사가 행정학자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의 정부조직개편과 행정개혁 의지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유 간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총괄간사 역할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철학이나 가치를 각 분과위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개편과 행정정보공개의 확대, 정부 부처 간 ‘칸막이’ 제거로 압축되는 박 당선인의 ‘정부 3.0’공약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박 당선인의 행정공약 개발에 관여했던 옥동석 인천대 교수도 인수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향후 정부조직개편 작업이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간사도 “정부조직개편안이 우선 순위에 들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정부의 변화와 실천을 시작으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활력과 창의가 넘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공공기관의 책임경영도 강화하겠다”고 누차 강조했다.정부개혁을 필두로 사회 각 분야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겠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이번 인수위 인선을 통해 그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박 당선인의 최측근은 “정부 3.0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 강력하게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국정운영 대전제, 민생 위한 ‘책임있는 변화’
그렇다면 오는 2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큰 틀은 어떤 모습일까.국정 운영과 정부 조직, 주요 정책, 인선 방식 등이 지난 5년과는 여러 면에서 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운영의 대전제는 민생을 위한 ‘책임 있는 변화’로 요약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 조직 개혁의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선 방식은 책임총리제를 필두로 권한과 책임을 함께 위임하는 형태를 띨 전망이다.앞서 박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첫 공식 일정인 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 방명록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썼다. 후보 시절인 지난 11월 27일 현충원 방문 때도 “책임 있는 변화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여당인 새누리당이 재집권하지만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공은 계승하고 과는 과감히 털어내며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박 당선인은 정권 교체를 넘어선 시대 교체를 이뤄내겠다. 앞으로의 정부는 ‘민생정부’가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우선 정부 조직 개편의 수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투명하고 유능한 서비스 정부’에 대한 구상은 각별하다.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한 정부 협업 시스템 활성화, 행정 정보 공개 대폭 확대, 시민·대학·연구소·기업 등 민간 부문과의 협업 확대 등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부를 밑그림으로 그리고 있다.정부 각료 인사 방식은 학연, 지연을 배제한 능력 위주의 대탕평 인사를 하되 ‘믿고 맡긴다’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앞서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책임총리제가 대표적이다. 정치 쇄신 분야에서도 박 당선인은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 국회와의 협력 강화 등을 약속했다. “정치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해 온 박 당선인이 청와대, 국회 간 권력 불균형 현상을 어떻게 시정할지도 주목된다.과학기술 분야를 책임질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기술(ICT)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 부처 개편이 예고돼 있다. 여기에 박 당선인은 국가미래전략센터를 신설해 개별 부처를 아우르고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학연·지연 배제한 능력 위주의 대탕평 인사
이명박 정부와는 같은 보수 정권이라는 점에서 일부 정책은 계속 유지되겠지만 전반적인 국정 운영 기조에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경제 분야에서는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현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을 차기 정부가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실용과 효율성을 내세워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폈다면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워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경제민주화 추진은 경쟁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주체들이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아울러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첫째,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하게 도움을 주고 둘째,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거나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한 정책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대기업집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점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복안이다.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한다는 큰 틀의 정책 방향에선 현 정부와 비슷하다. 다만 현 정부가 지나치게 한·미 동맹에 편중된 외교를 펴면서 한·중 관계가 소홀해진 점을 보완해 양국 협력관계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박 당선인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국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는 일자리 증가와 함께 복지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해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만큼 일과 함께하는 복지정책을 편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정책 실효성과 재원조달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모든 국민이 살 수 있는 복지를 실천키로 했다.특히 취임 직후 주요 정책은 4대 국정 지표인 국민통합과 정치쇄신,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에 맞춰 추진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이 출마 선언문에서 3대 과제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와도 겹치는 대목이다.재벌의 경제력 남용 방지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필두로 0~5세 무상보육, 과학기술 중심의 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정책, 비정규직 차별 개선 등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검찰 개혁…檢출신 배제로 의지 피력
검찰 개혁도 인수위의 화두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검찰개혁을 다룰 정무분과 인수위원에 검찰 출신 인사를 배 위 정치쇄신특위에서 활동했던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각각 간사와 인수위원으로 배치했다. 법질서사회안전분과의 경우에도 변호사 활동만 한 이혜진 동아대 로스쿨 교수와 법조계와 무관한 이승종 서울대 교수를 발탁했다.인수위에 파견되는 정부 공무원 중에도 검찰 출신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이는 검찰개혁에 대한 박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 비리가 이어지자 대검 중수부 폐지와 직접 수사 기능 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방안을 공약한 바 있다.정권마다 검찰개혁이 추진됐지만 검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용두사미가 돼온 만큼, ‘개혁 대상’인 검찰 출신 인사를 아예 배제함으로써 개혁의 실효성을 가져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박 당선인을 잘 아는 인사는 “검찰 출신을 청와대 요직에 기용해 검찰과 은연 중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측면이 있지만 박 당선인은 이를 과감히 벗어날 것”이라면서 “청와대에도 검찰 출신을 기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 당선인은 검찰 개혁에 대해 “제 자신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을 이용하거나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임을 엄숙히 약속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