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투자, 소비, 수출이 동반 감소하고, 성장과 물가마저 나란히 하락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경제의 총수요를 구성하는 투자, 소비, 수출이 모두 감소 추세다. 그러면서 9월 한국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년 전보다 1.9% 떨어지면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 감소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2018년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5개월 연속 하락했다. 기업이 수요 감소로 재고 물량이 증가하고 경기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 의미다.
같은 기간 경제심리 지수인 순환변동치가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수출감소세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출도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1일 자 자료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447억 달러(약 53조 6,000억 원)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1.7% 감소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9월에도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 현상으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최근 ADB(아시아개발은행)가 발표한 '아시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 따르면 ADB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다른 국내외 기관들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략 2.0% 내외로 내다보고 있다. 곳곳에서 쏟아지는 한국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제 놀랍게 들리지도 않는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한국 기업에 대해 대거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평가 대상 24개 비금융 민간기업 중 긍정적인 기업은 없으며 13개사는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1997년 금융위기 때도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하향이 외국 자본 썰물의 결정타가 된 기억이 생생하다. 이미 한일 갈등으로 일본 자금 유출과 그에 따른 외국 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디스의 평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경제담론'은 수면 아래에서 맴도는데 그치고 있다. 정부의 꿋꿋한(?) '경제낙관론'에 가려진 측면이 크고, 무엇보다 조국발 정치 리스크가 내우외환으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눈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중 통상 전쟁에 따른 연이은 수출 감소도 타격인데, 수출 하락의 골을 더욱 깊게 할 한일 갈등 역시 기약없이 끌고 가야할 정치 리스크다.
일자리는 날아가 실업자는 증가하고 가계 부채, 심지어 연 100%가 넘는 불법 사채를 쓰는 한계 가계도 크게 증가하며 민생은 참담하게 무너지고 있다. 국민을 희망으로 들뜨게 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 역시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은 정치 리스크가 한국경제를 위기로 이끌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더 이상의 정치 리스크로 우리 경제의 경고음을 흘려넘겨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