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째 경기부진...한국 경제 무기력증 걸렸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는 와중에도 가계·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은 무기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에너지 자체가 고갈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7개월 연속 ‘경기 부진’ 판단을 내렸다. 수출 감소 영향이 컸다. 반도체·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분야가 크게 부진하면서 9월 수출 규모는 -11.7%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에서 다소 상황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해외에서의 소비가 국내 소비로 전환된 효과로 분석된다. 소비 심리 자체가 살아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 상황이 여전히 낮은 레벨에 있어 전체적으로 횡보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과거 우리 경제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공통점은 외부 충격에 따른 위기였다는 점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많았다. 현재의 위기 상황 역시 대외 악재 영향이 크다. 전 세계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 등 여러 악재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우리의 수출액만 유독 크게 줄어들고, 이에 더해 내수 침체마저 장기화되고 있다. 8월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에 이어 9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공식적인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특히 이는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 가운데 일어난 사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재정 투입만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그간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에 정책적 주안점을 두고 경기하방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며 “대외 경제 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는 만큼 당정은 중앙재정 집행속도를 끌어올리고 지방재정과 교육재정 역시 집행목표를 초과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경제와 같이 개방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재정을 투입해도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 나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역시 재정 투입으로 경기 회복을 노렸지만 혈세 낭비에 그쳤다. 한국도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