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쾌도난마의 규제혁명이 필요한 때

부·소·장산업에 ‘제2의 독립운동’ 운운하며 일회성 정책만 남발  소품종 다량생산에 시장성,지속성은 있는지…대기업만 탓하는 정부

2020-10-13     이승익 기자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이승익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는 의미의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어느시대, 어느 국가나 당시의 정치·사회·경제 등 복합적인 고민은 항상 산적해 있었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난세의 영웅은 항상 쾌도난마와 같이 본질을 꿰뚫어보고 문제를 해결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 지난 11일로 100일 째를 맞았다. 부품소재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어느 때 보다 강하다. ‘제2의 독립운동’으로 까지 비유되며 모든 중앙 산업부처 및 공공기관까지 동원돼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짜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고 있는 필자에게 아쉬운점이 드는 이유는 뭘까.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채 미봉책들만 즐비하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호떡집에 불난, 호들갑’ 그 자체다.  정부는 이참에 일본에 종속된 경제구조를 바꾸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구체적으로 당장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100개 핵심 품목의 경우 인수합병(M&A) 및 기술확보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5년 내에 자체 공급 안정화를 이뤄보겠다고 한다.   20대 품목은 1년 내에 80대 품목은 5년 내에 자립화를 이뤄내겠다는 발표도 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에는 매년 1조원 이상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7년간 7조이상을 투입키로 했다. 기술확보가 어려운 분야는 인수합병(M&A) 인수자금(2조5000억원 이상) 및 세제지원과 함께 금융지원 35조 등 총 45조원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번 일본의 경제 압박과 관련해 부·소·장 산업성장에 대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데 어느 누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을 까. 이같은 정부와 각 지자체의 강한 의지는 필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본질을 외면한채 아름다운 구호로만 그칠것이 눈에 보이기에 걱정이 앞선다.  사실 정부 차원의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는 이미 지난 1991년부터 다양한 정책을 펼치며 28년간 예산 투입이 이뤄져 왔다. 또 지난 2013년 산업통산자원부는 소재부품산업 정책 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독일 중국과 함께 세계 소재부품 4강 지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중소·중견 전문기업 수도 지난해 2770개에서 2020년까지 6000개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지금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오래전부터 정부가 해왔던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가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규제가 적재적소하게 해소되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문제의 본질을 뒤로 한 채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세재·금융지원만 되풀이하니 늘 부품소재산업 강화라는 국가 어젠다는 ‘공염불’로만 그치는 것이다. 소재 산업의 경우 다품종 소량샌산이다. 종류는 수천에서 수만 종류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의 제조업과 달리 설비 규모 및 시장도 작아 운영 수익 및 국가 기여도도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서 무역 교류를 통해 서로의 빈 곳을 채운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무역교류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고전 경제학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국제 무역에서 한 나라의 재화는 다른 나라의 재화에 비하여 절대우위가 아니더라도 상대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은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특화하여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미 수백년전에 리카도는 진단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시행에 따른 과도한 비용 부담과 형사적 처벌도 부품소재산업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때문에 내수를 넘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소재 개발에 대한 현명한 투자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금 정부의 금융·세재 지원방식의 정책만으로는 반일감정만 앞세운 채 국민 혈세만 낭비한 결과를 또 초래할 것이다. 우리의 후손이 지금과 같은 일을 또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지금이라도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한다. 더 나아가 소재·부품산업의 취약성을 대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웃지 못할 블랙 코메디는 더더욱 안봤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