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산업정책] 시대에 역행하는 정부정책…산업경쟁력 약화 부메랑
하반기 일자리 감소 총 4만8000명 전망…금융·보험 3만5천 최대
작년 한계기업 여신 규모만 총 108조원…올해 더 증가 예상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 산업경쟁력은 오히려 약화 우려
2020-10-13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경제 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좀비기업’과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산업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정보원의 ‘하반기 주요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자동차, 금융·보험, 섬유 등 주요 업종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 전자,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건설 등 6개 업종은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조선업종만이 작년 대비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고용정보원이 예측한 올 하반기 자동차 업종의 고용 규모는 작년 동기대비 6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며, 섬유 업종 7000명, 금융·보험 업종 3만5000명 수준이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의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기관의 한계기업 여신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07조9000억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기업은 돈을 벌 어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 상태가 3년 이상인 업체를 의미한다. 최악의 경우 100조 이상의 혈세가 증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대표적 좀비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동부제철 등 주요 기업이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큰 손해를 보고 헐값에 매각되는 등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계는 구조조정보다 일자리 창출에 의의를 두고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자동차 등 산업계의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공급과잉을 방관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경우 국토부가 LCC 항공사 3곳에 추가로 항공면허를 주면서 공급과잉 논란을 부추겼고, 자동차 업계 또한 폐쇄됐던 군산공장의 재가동과 광주형 일자리를 통한 신규 공장 설립 등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신규 업체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뿐더러 생존에 실패할 경우 결국 국민 세금이 새어 나가는 만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이 산업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업계 내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실업자를 배출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