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산업정책] 글로벌 트렌드 역주행 車 산업… 신공장 경쟁력 있나

해외 완성차 업체, 구조조정 속도… 공장 폐쇄 잇달아 한국, ‘광주형 일자리’와 ‘군산공장’ 등 흐름 역행 지적

2020-10-13     성희헌 기자
한국지엠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잇달아 공장을 폐쇄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완성차 브랜드는 수요 부진과 미래차 개발에 따른 부담으로 잇달아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은 정부 주도 하에 새로운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중국 자동차 업체 4곳이 연내 파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례바오(獵豹), 중타이(衆泰), 화타이(華泰), 리판(力帆) 등 4개 자동차사가 연말 파산을 신청, 500억위안(약 8조3000억원)대 부실 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포드, 폭스바겐, 닛산, 다임러,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등도 연이어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GM은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모두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북미에서 1만4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GM 글로벌 인력 18만명 중 약 8%에 달한다. 2009년 GM 파산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포드는 지난 6월 유럽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하고 유럽 내 공장 6곳을 폐쇄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는 지난 5월에는 전 세계 사무직 근로자의 10%이 7000명 감원 계획을 내놓았다. 폭스바겐은 독일에서만 7000명을 감축한다. 폭스바겐은 2020년까지 3만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은 내연기관 퇴출시기를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2026년 마지막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2040년부터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한국 자동차 산업은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등 역주행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을 건립할 합작법인이 설립됐다. 광주시는 지난 9월 23일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등기를 마치고 설립 절차를 완료했다.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설립 사업은 합작법인이 빛그린산단에 연 1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현대차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고 정규직 1000여명을 고용하는 내용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 주도 상생형 일자리로 올해 하반기 착공, 2021년 완공·양산 예정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갈수록 위축되는 자동차 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이 우여곡절 끝에 설립됐지만, 여전히 업무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폐쇄된 군산공장도 재개된다. 올해 6월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 컨소시엄’이 2021년부터 전기차를 만들어 납품하는 계약을 한 것이다. 전북도는 명신이 군산에 안착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관 부품기업과 동반 성장하도록 연구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명신은 올해 말부터 전북도와 함께 자체 전기차 모델 연구개발에도 나서 군산공장에서 연간 2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명신은 지난 6월 2550억원을 들여 한국지엠 군산공장 부지(124만㎡)와 생산라인을 인수했다. 명신은 2021년부터 연간 5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 퓨처모빌리티에 납품하며, 이 차량은 중국을 거쳐 유럽과 미국에 수출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잇단 구조조정 속에 국내 완성차 업체도 실적 부진과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 아래 가동되는 공장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낼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