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조각도 TK 배제?
인수위 친박·영남 빠져 ‘빅3’ 인선도 적용할 듯
2014-01-07 김민정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정부의 첫 조작이 주목받고 있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7일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 등 조각(組閣)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내각 인선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달리 후보자들이 대부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고 면밀한 검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2개월용의 인수위와 달리 박근혜 정부 내각 등의 인사에서는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하는 것을 ‘인선 기준’으로 삼아야지, 무조건적인 ‘친박·영남 배제’ 식의 인선은 잘못된 인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첫 조각 콘셉트는 ‘대(大)탕평’과 ‘능력’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며 “모든 지역과 성별, 시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회균등위원회를 설치해 여야를 떠나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하겠다고 약속했다.가장 큰 관심은 1월 말로 예상되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지명이다. 총리 인선은 내각 구성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첫 총리 지명자는 국회 임명동의를 받은 뒤 각 부 장관 등 국무위원을 3∼4배수 제청할 것으로 보인다.총리는 박 당선인이 강조해온 국민대통합의 상징성을 살리면서 내각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기용될 전망이다. 우선 국민대통합 정신을 살리기 위해 비(非)영남, 특히 호남 출신 인사들이 후보 물망에 오르내린다. 현재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적임자로 꼽힌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 전 지사는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의 총리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역시 호남 출신인 한광옥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과 진념 전 경제부총리, 정갑영 연세대 총장도 후보군에 올랐다. 이 가운데 진 전 부총리와 정 총장은 경제통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현 상황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국민(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 지지자)’을 끌어안기 위해 보수색이 옅은 중도·개혁 진영 인사가 지명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념을 초월한 탕평 인사라는 점이 부각되고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는 야당의 예봉도 피해갈 수 있다. 진보·개혁 진영 출신으로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박상증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인수위 인선에서 보듯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인사가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장관 인선에서는 전문성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치인 입각은 최소화되고 정책 실무에 밝은 전문가나 관료 출신이 기용될 공산이 크다. 박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원 인선 검증을 하면서 내각 참여를 염두에 둔 인사 검증도 동시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특정 인사로 확정 지은 것은 아니고 검증에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여러 후보를 검증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인선이 다소 늦어진데다 인사청문회 일정까지 고려하면 조각 작업이 바빠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로 정권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분열과 갈등으로 치달았고 이 때문에 정권의 성과조차도 부정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권력 핵심에 특정 지역과 계파를 배제함으로써 대탕평 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 밝혔다. 권력 핵심기관에 박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인 이른바 ‘대구경북’과 ‘친박’계를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국무총리는 물론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빅3’ 인선에도 특정 지역과 계파를 배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인수위 인선에서도 나타났듯 박 당선인 스스로 ‘대탕평’을 인사 기준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어 대구경북 등 영남 출신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그는 또 “역대 정권에서 빅3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편중 인사였다는 점을 박 당선인이 누차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은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불만이 크다. 한 친박 의원은 “‘인사(人事招聘)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하는데, ‘특정 지역과 계파는 무조건 안 돼’ 식의 인사는 본말이 전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경북 등 영남 출신은 전문성 등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당 안팎의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한편 박 당선인은 이르면 이달 하순쯤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 구성이 늦어진 만큼 대통령 취임(2월 25일) 전까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끝내려면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형편이다. 박 당선인 측에 따르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늦어도 2월 10일 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월 20일 전후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