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대부분의 도시는 강을 끼고 발달하고 있다. 국내에는 4대강을 주축으로 해 고대도시가 형성됐으며 서울, 부산, 대전의 대도시만 보아도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큰 강이 있다. 서울은 한강이라는 큰 강이 있으며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총 31개의 다리가 있다. 한강에 근대적인 다리가 건설된 것은 1900년 준공된 한강철교이다. 이후 1969년 강남개발과 동시에 한남대교가 건설됐으며 지금까지 국가주요 교량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5년 구리암사대교가 완공됐으며 2020년 개통예정으로 월드컵대교가 건설 중에 있다.
한강을 건너는 다리 중 건설 입장에서는 성수대교가 아직도 유명한 치부인 흔적인 것 같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성수대교 교량 상판중 일부가 붕괴된 사건이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대두되고 있지만 안전검사 미흡과 부실감사가 원인이었다.
지난 10월 1일 대만 북동부의 이란(宜蘭)현 난팡아오(男方澳) 항구선착장 위 아치형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붕괴 원인은 21년 동안 제대로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원인이 안전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운영한 것이 인위재난으로 연계되는 사건이다. 두 개의 사고를 보면 안전검검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생각되며, 사전 재난에 대응한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려주는 결과이다.
다리가 없는 옛날에는 한강을 어떻게 건넜을까? 물론 큰강이나 작은 하천 등은 배를 이용해 건너다녔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 정조때 임금은 장헌세자를 모신 수원으로 행차하기 위해 한강을 건너야 했다. 한강을 자주 건너면서 발생하는 인력동원과 국민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종래의 부교 대신 주교를 설치해 한강을 건너게 하였다. 이른바 배를 이용해 만든 다리는 효의 다리, 정조의 다리라 불린다.
임금은 주교사(舟橋司, 동작구에 위치)라는 관청을 설치해 배다리 건설에 필요한 건설 장비를 보관하고 관리토록 했다. 단순히 배다리 건설에 그치지 않고 정조는 관리에 더욱 철저함을 보여줬다. 직접 원로들의 의견을 물어서 설계안을 만들었으며 비변사에서 상신한 ‘주교절목(舟橋節目)’의 내용이 못마땅해 직접 ‘주교지남(舟橋规范)’을 만들어 배다리 기본원칙으로 했다. 이후 세부적인 내용을 토대로 실험적인 배다리가 건설됐고 최종적으로 1795년 새로운 기술에 의한 배다리가 완공됐다.
주교지남이 만들어지기까지 초기 초안작성부터 5년의 긴 시간을 거쳐 반복 수정과 검토를 거쳤다. 지금에서 보면 한강도하훈련에서도 사용되는 부교는 수시간에 설치된다. 반면 인력장비 모든면이 부족한 실정에서 인력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도하하기 위해 교본을 수정하고 제반시설에 대한 유지를 철저히 한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재난 및 인위재난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해를 겪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자신일 수 있다. 매일 수천만명이 한강의 다리를 건너다닌다. 한강다리가 붕괴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물의 유지관리 특히, 노후시설물에 대한 관리는 더욱 철저히 빈도를 높여가며 실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교량점검과 관련된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첨단 광섬유센서를 이용한 기법 또는 드론을 이용한 점검, 생애주기를 이용한 시설물 관리기법 등 새로운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인위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에 의해 연구개발되고 있다.
주교지남의 제작과정에서 느끼는 점은 유지관리를 위한 지침이 만들어지기까지 철저한 기술검증과 검토가 필요하며 오랜시간을 거쳐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의 정서이지만 국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는 안전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각개각층의 협업과 차근차근 행동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