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전국 1400개 병의원에 48억 살포...쌍벌제 이후 최대 규모

2014-01-10     황동진 기자

‘거래에이전시’ 끼고 리베이트 제공한 동아제약 임직원 구속 기소
동아제약, 의사 자녀 어학연수비 대납, 명품 시계·가구 등 건네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됐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자사 의약품 구매 관련 거액의 뒷돈을 제공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동아제약 허모(55) 전무와 정모(44) 차장을 10일 구속 기소했다.합수반은 또 같은 혐의로 동아제약 유모(54) 이사와 박모(56) 전 상무, 김모(46) 부장과 함께 ‘거래에이전시’ 김모(48) 대표 등 9명을 약식 기소하고, 동아제약 법인을 약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허 전무 등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아제약 광고·마케팅 등을 대행하는 '거래 에이전시(구매대행)' 4곳을 통해 자사 의약품 구매·처방과 납품계약 연장 등의 청탁명목으로 전국 1400여개 병·의원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합수반에 따르면 이들은 자사가 생산한 의약품을 구매하거나 처방해준 대가로 A병원 인테리어 공사비용 1억여원을 에이전시 업체를 통해 대납한 후, 에이전시의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가장해 비용을 정산했다.또 B병원의 3000만원 상당 내시경 관련 장비 구입비용을 대납하는 등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C병원의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과 E병원의 지하철·버스 의료광고 비용을 지원했다.아울러 교육 컨텐츠제공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F병원 의사에게 인터넷 강의 1건당 240만원의 강의료를 전달하는 등 강의료나 자문료, 설문조사료 등의 명목으로 3600만여원을 지급했다.동아제약은 의사들의 자녀 교육비와 고가 명품 등도 리베이트 수단으로 이용했다.조사결과 허 전무 등은 에이전시 업체를 통해 G병원장 자녀의 어학연수비 1400만여원, H병원 의사 가족의 해외여행비 790만여원을 대납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이들은 I병원장에게 11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제공하고 J병원장에겐 1600만원에 달하는 오디오 세트를 제공하는 등 값비싼 악기류나 가구류, 전자제품 등을 에이전시를 통해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K병원 의사에게는 현금, 상품권, 기프트카드, 법인카드를 제공해 사용케했다.합수반은 법인 계좌추적과 자금흐름 분석 등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병·의원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이같은 불법 리베이트를 적발했다.예전에는 제약업체가 영업사원을 통해 현금이나 법인카드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가 건네졌지만, 최근에는 제3자 업체를 끼고 간접적으로 금품 전달이나 강의료 지급 등의 방식으로 갈수록 지능화되는 추세라고 합수반은 전했다.이번에 사법처리된 동아제약 임직원 중에는 리베이트 제공에 관여한 임원뿐만 아니라 내부제보자와 가족을 상대로 협박했거나 압수수색 당시 증거자료를 인멸한 직원들도 포함됐다.거래에이전시 4개 업체 대표들도 2009년 8월~2012년 2월 기간동안 적게는 2억7000만원에서 많게는 27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합수반은 “2008년 12월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법 시행 이후 단일 사건 리베이트로는 최대 규모”라며 “제약업체 영업직원이 현금이나 카드를 제공하는 전통적 방식 뿐 아니라, 제 3의 업체를 내세우는 등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고 밝혔다.합수반은 동아제약으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병의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리베이트를 받은 병의원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거나 관계기관에 행정처분을 통지할 방침이다.한편, 동아제약은 지난해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최근 리베이트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합수반은 2011년 4월 검·경, 보건복지부, 식약청 등 7개 기관 합동으로 출범해 지난해 말까지 모두 72명을 기소하고 4,776명을 행정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