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집단 채용 ‘공채 시대’가 끝나고 있다

2020-10-17     매일일보
원동인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오랜 전통인 대규모 정기공채가 변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똑똑한 인재를 한꺼번에 쓴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대규모 정기공채가 탄생했다. 고도 성장기의 일이다. 그런 대규모 인재 채용 방식이 한일 양국에서 모두 변하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산업이 첨단화, 전문화 되었기 때문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 채용 인원의 30%를 상시채용 방식을 통해서 뽑는다. 혼다는 40%를 상시채용을 통해 모집한다. 일본의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 자동차 등 차세대 기술개발에 적극 대응하고, 유능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 전후 일본의 고용관행 이었던 일괄 공채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도요타는 앞으로 상시채용의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전체 인원의 절반 가량으로 늘릴 예정이다. 도요타는 최근 5년간 매년 650~800명 정도의 총합직(대졸 기술직+사무직 사원의 총칭) 사원 가운데 상시채용으로 4~13%를 뽑았다. 따라서 도요타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상시채용 규모를 늘려나갈 경우 중장기적으로 매년 300~4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혼다 자동차도 올해 전체 채용에서 40% 수준인 660명 가량의 총합직을 상시채용에서 뽑을 예정이다. 혼다는 2011년 상시채용 인원이 8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이후 해마다 100~200명을 상시 채용했다. 2017년부터 이 규모를 확대해오다 올해는 약 660명으로 확대 했다. 우리 나라 또한 변화가 시작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을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으로 뽑고 있다. 제조업과 ICT가 융·복합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융합형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위해서다. SK그룹도 내년부터 공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시·상시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LG그룹, 신세계그룹, 두산그룹 역시 계열사별 수시채용을 확대 할 계획이다. 또한 한화그룹은 인적성시험과 그룹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채용 방식이 공채와 수시를 병행하는 ‘투 트랙’을 거쳐 수시채용으로 수렴될 것”이라며 “취업 준비도 ‘어느 기업’보다 ‘어떤 분야’에서 일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말한다. 면접 또한 ‘분명한 1순위 직무 설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채용 변화는 입사 전형 방법까지 바꾸고 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을 대신해 영상 촬영물을 통한 ‘자기PR 동영상 전형’, 앱을 이용한 ‘AI 면접’ 등이 등장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도 분야별 인재를 확보할 ‘맞춤형 채용’ 기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첨단기술시대에는 ‘누구를, 언제, 어떻게 뽑느냐’만큼이나 ‘누가, 언제, 어디에 쓰이느냐’도 중요하다. 연공서열식 채용이 줄고 수시·경력채용이 늘어나는 시대에 맞춰 각자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앞으로는 학점, 어학 성적, 여러 개의 자격증 같은 일반적인 스펙을 가지고 취업을 준비하기보다 직무능력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공기업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라는 체계화된 직무표준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이를 기초로 준비하면 될 것이다. 민간기업의 직무는 회사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학생의 위치에서는 알기 힘든 점이 없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턴 등을 통해 직무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발등의 불인 채용이 중요하지만 장래 직무 중심의 경력 개발과 능력 발휘의 가능성을 함께 살피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