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공개

2020-10-18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제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집행위원장 안성기)가 10월 31일 개막을 시작으로 6일간 씨네큐브 광화문과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총 118개국 5,752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 가운데 35개국 74편의 작품을 선정해 영화제에서 상영한다. 또한, 5개 섹션으로 구성된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43편의 특색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체 117편의 상영작 가운데, 지세연 프로그래머가 꼽은 추천작 10편을 소개한다.

화물

화물 Cargo. Malaysia | 2019 | 16'07" | Color | Fiction
Director - 아빌라쉬 찬드라 Abhilash CHANDRA

아버지를 따라 한 야자유 농장을 가게 된 소년은 기괴한 형상의 돌을 보게 된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 돌을 아버지의 화물 트럭에 싣고 함께 가게 된 소년은 차 뒤쪽에서 음산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경쾌한 케이팝을 듣는 소년을 비추며 시작하는 이 단편은 돌 형상의 등장과 함께 과감한 카메라 워크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는 점이 놀랍다. 무엇보다 웰메이드 말레이시아 단편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단역 Figurant. France, Czech Republic | 2019 | 13'45" | Color | Fiction
Director -얀 베나 Jan VEJNAR

노숙자인 듯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한 무리의 노동자들과 함께 공장 지대 같은 곳을 따라 들어간다. 곧 입고 있던 옷을 담으라며 커다란 봉지를 나눠 받고, 이어서 군복으로 갈아입으라며 분장도 해준다. 그리고 어느새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단편은 처음으로 단역을 맡은 한 남자의 시선을 따라 현실의 세계인지 촬영 세트장인지 모를 모호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스크린 속 드니 라방의 연기를 본다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Skin

피부 Skin. United States | 2018 | 20'55" | Color | Fiction
Director - 기 나티브 Guy NATTIV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마을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마주친 흑인 남성이 자신의 아이에게 미소를 짓자 백인 남자는 폭발하고, 그 흑인 남성은 가족 앞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하게 된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폭력을 행사한 백인 남자가 납치를 당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이 단편은 아직까지도 인종 차별이 만연한 미국을 배경으로 충격적인 엔딩을 선사하는데,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현 사회에 대한 씁쓸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극영화 부분 수상작.

스와티드

스와티드 Swatted. France | 2018 | 21'15" | Color | Animation, Documentary
Director - 이스마엘 조프로이 찬두티스 Ismaël JOFFROY CHANDOUTIS

미국 경찰 소속의 대테러 부대를 일컫는 “스와트”는 동명 영화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단편은 온라인상의 또 다른 괴롭힘의 형태로 “스와트”를 이용하는 최근 사건들을 보여준다. 요즘 유행한다는 이 사이버 괴롭힘은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해 시비가 붙게 되면, 가짜 신고로 스와트 부대를 출동 시켜 실시간으로 체포당하는 영상이 퍼지게 되는 형식이다. 실제 피해자의 이야기와 함께 유튜브 동영상, 비디오 게임 와이어 프레임 이미지를 이용한 편집은 단편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영역 확장으로도 읽힌다.
Looka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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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2019 | 24'09" | Color | Fiction
Director - 정혜원 JUNG Hye-won

한 때 연인이었던 사람이 가해자로 변한다면 어떨까? 주인공 혜원은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의 동영상이 퍼지면서 은둔 생활 아닌 은둔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보며 수군댄다고 생각된다면 과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몰래카메라”, “불법 동영상”, 그로 인한 “명예 훼손” 등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범죄 행위들에 대한 얘기들을 담담하게 그려낸 단편.

창진이

창진이 마음 Unpredictable Boy. Korea | 2019 | 30'58" | Color | Fiction
Director - 궁유정 GOONG Yu-jeong

아직 아이들 대하는 법을 잘 모르는 초임 선생님. 자신의 반 학생인 창진이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게다가 방과 후 수업비도 내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그런데 자신의 책상에 수업비를 두고 갔다며 주장하는 창진이를 믿지 못하면서 이 둘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더 신뢰할지에 따라 이 단편을 아주 다르게 읽을 수 있다. 2018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수상작.
Flowerpot

화분 Flowerpot. Korea | 2019 | 18'25" | Color | Fiction
Director - 이지우 LEE Ji-woo

딸의 소설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진정한 어머니상 같은 여자 선희가 있다. 집에서 화분을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그녀는 예전에 절친하게 지냈던 미연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삶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어느 한쪽이 애정을 주면 상대방이 그것을 당연시 여기거나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화분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시들어 버리는 것처럼. 첫 연출작 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
 

Magic

매직 알프스 Magic Alps. Italy | 2018 | 14'25" | Color | Fiction
Director - 안드레아 브루자, 마르코 스코투치 Andrea BRUSA, Marco SCOTUZZI

이탈리아 국경,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한 남자가 같이 데리고 온 염소 때문에 망명 신청에 문제가 생긴다. 이탈리아의 알프스에서 염소와 행복하게 같이 살 생각으로 온 남자와 질병이 있을지도 모르는 염소를 입국시킬 수 없는 입장이 맞부딪치게 된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단편은 실제 망명 신청센터에서 일하는 남자를 망명자 역할로, 이탈리아의 유명한 코미디언 배우를 출입국관리관으로 캐스팅해 두 사람의 묘한 연기 앙상블로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끌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 탐페레국제단편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토이

토이 Toy. United Kingdom | 2018 | 3'16" | Color | Music Video
Director - 살로몬 라이텔름 Salomon LIGTHELM

이 시대를 움직이는 독재자들.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독재자들을 아이들로 분장시켜 그들이 휘두르는 권력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한다. 이 코믹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의 뮤직비디오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이 실제로 얼마나 무지한 아이처럼 행동하는지, 그리고 현실이 영화보다 더 믿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스코틀랜드의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영 파더스(Young Fathers)의 뮤직비디오.
 

A

그림 그리는 일본 소년 A Japanese Boy Who Draws. Japan | 2018 | 20'33" | Color | Animation
Director - 카와지리 마사노 Masanao KAWAJIRI

만화가가 꿈인 한 소년이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장애가 있지만 자신과 같이 만화가가 되겠다는 친구가 있다. 그 둘은 성장하면서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만화가가 꿈인 소년은 만화가 지망생이 되어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어릴 적 친구가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 애니메이션은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꿈을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소소한 감동을 전한다.

프로그래머 추천작을 포함한 모든 상영작 정보 및 상영 시간에 관한 정보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6일간 씨네큐브 광화문과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