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교육부의 가상현실 규제 조치

과기부 『VR•AR 이용 및 제작 안전 가이드라인』 무용지물 교육부는 과학적 근거없이 무차별 헤드셋 사용금지 권고

2019-10-21     기고
​이동형
[매일일보 기고] 최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을 거쳐 전국 초등학교에 보낸 공문 '초등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VR 콘텐츠 활용 유의사항 안내'가 관련업계의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에 '헤드셋 VR(가상현실) 기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으로 이는 사실상 사용 금지를 내린 것이다.

해당 공문은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는 VR 헤드셋(HMD)이 건강에 유해하며 위험한 도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매우 성급한 결정이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에서는 『VR·AR 이용 및 제작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분별하는 능력 부족 및 시각적 특성(초점) 등으로 현실과 완전히 차단되는 HMD 이용 제한을 권고했다. 또한, 오프라인 어트랙션 사업장 내에서는 어린이의 키를 기준으로 탑승여부를 결정하기를 권고했다. 

이같은 “VR•AR 이용 안전 가이드라인”이 이미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자체 전문가 회의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HMD 안전 준수에 대한 여러가지 대처 및 보완방법에 대한 고려 없이 내린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졸속행정이라 불리울만한 이유는 첫째, VR 콘텐츠 제작 업체 및 VR 헤드셋 장비 제조업체들에게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 교육부는 그동안 수십억을 들여 '초등학생용 VR 디지털 교과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급해왔다는 점에 있다. HMD에 대한 어지럼증이나 멀미, 심리적 문제 등은 개인마다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며, 최근 VR 기기 기술 고도화에 따라 가상현실 디바이스 전문기업인 오큘러스에서는 13세 미만 어린이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따라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VR 기기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의 실증적인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즉, 교육부는 공문 발송을 결정하기 이전에 신중하게 어린이 안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VR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령별 VR 기기 부작용에 대한 실험을 시행하여 실증적 분석 자료를 토대로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으로 실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선정하여 초등학교와 오프라인 사업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어린이 나이 기준의 마련』 및 『안전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가상•증강•혼합현실(VR•AR•MR) 등 새롭고 혁신적인 신기술이 이끌어 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했다. 전 세계가 가상현실 등의 리얼리티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기술들이 향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서 전 산업 분야에 미치는 광범위한 파급 잠재력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겨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