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업무보고 ‘불통’ 논란
인수위 “국민과 소통할 것…정보는 비공개”…민주 “알권리 밀봉… ‘정책적 혼선’ 궤변”
2014-01-13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 부처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11일 “인수위는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한다는 대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겠다”면서도 “인수위가 부처별 업무보고를 언급할 경우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정책적 혼선을 불러오기 때문에 가급적 신중하게 공개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이어 “국민들에게 정책적 혼선과 혼란을 드릴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의 실행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부처별 업무보고에 대한 언급이 신중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이해해 달라”고 언론에 양해를 구했다.인수위는 업무보고가 ▲부처별 보고 ▲각 분과위별 검토 ▲국정기획조정분과에 검토결과 제출 ▲검토결과 종합 ▲대통령당선인 보고 등 다섯 단계를 거치는데 이제 막 1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세부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사실상 비공개를 선언한 이 같은 방침에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작 신중하고 국민들께 이해를 구해야 될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는 철저히 밀봉하고 봉쇄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또 “인수위는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의 원활한 인수를 위해 업무를 하는 곳으로 활동경과와 예산 사용내역을 백서로 정리해 공개하도록 돼 있다”며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냥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그냥 잠자코 기다려 달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인수위원회를 ‘구중궁궐 어전회의’에 빗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김 부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도대체 인수위 밀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당선인부터 시작해 인수위원장, 대변인 모두 합창하듯 결론이 날 때까지 알 필요가 없다는 말만 하니 마치 왕조시대에 구중궁궐에서 열리는 어전회의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이어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모두 쉬쉬하고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는 듯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무슨 모의를 하다 들킨 사람들 같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인수위에 활동상황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다. 이런 인수위가 언론에 받아쓰기만 강요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라며 “정책적 혼선을 우려한다지만 궤변에 불과하다. 이러다가는 국민 알권리를 위해 정보공개라도 청구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정확한 보도를 원하면 정확한 설명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설명을 하지 않으니 언론이 부정확한 보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부정확한 보도의 양산은 인수위의 ‘불통’ 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인수위의 공보활동 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이처럼 ‘불통’ 논란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심해지자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맞불을 놨다.윤 대변인은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수위의 법률에 따라 국민들께 결정된 사항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설명하려는 선의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윤 대변인은 또 “브리핑이 없다는 부분만을 보도함으로써 많은 국민들께서 인수위가 언론에 대해 폐쇄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실 것 같다”며 우려를 드러냈다.그러면서 “앞으로 5단계 업무보고 프로세스의 진행과정을 상세하고 투명하게 브리핑할 것”이라며 “그럼으로써 언론을 통제하겠다고 보도한 것이 오보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윤 대변인은 이어 “인수위는 정책을 생산하는 역할과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인수위가 마치 정책을 확정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할 경우 불필요한 혼선을 불러오고 이럴 경우 국민들께서 판단을 하시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업무보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인수위와 야당 간 설전이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진화에 나섰다.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국세청 업무보고를 앞두고 “저희는 결정하는 기관도 아니고 군림하는 기관도 아니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김 위원장은 또 “박 당선인은 (인수위가)조용하고 성실하게 운영을 해 주기를 희망하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보고하라”고 발언, 업무보고 과정에서 ‘조용하고 성실한 인수위’를 표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한편 역대 인수위는 업무보고 내용을 대체로 상세히 브리핑했다. 5년 전 17대 인수위뿐만 아니라 15, 16대 인수위에서는 업무보고 시간이 이번보다 길었지만 업무보고 직후 대변인의 설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