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해외연수, 관례인가 일탈인가?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 성추행 피해자 보복성 해고 논란
사측 “해임과 성추행은 무관”vs A씨 “사건에 무마 급급”
10일 한국중부발전㈜ 본사에서 열린 징계위 재심 결과이다.
이 회사노조와 지역 여성단체로 구성된 ‘성추행 사건 해결을 위한 충남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러한 결과는 피해자 A씨의 ‘피해 회복과 성추행 사건 선결 후 징계위를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 당사자 및 변호인 불참으로 소명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재심은 한 달 내에 진행예정이며, 오는 15일 회의를 통해 대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대위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회사 해외교육 일정 중 직장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 사실을 안 또 다른 교육총괄 상사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시키기 위해 A씨에게 협박과 인신공격을 가했다.
또한 사측은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없이 A씨를 ‘근무지 이탈, 허위문서 작성보고’ 등의 사유로 해임, 가해자도 ‘근무지 이탈, 성추행’으로 해임시켰다. A씨에 협박과 인신공격을 가한 또 다른 상사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중징계 처분됐다.
부당해임에 반발한 A씨와 공대위는 명확한 사건해결을 요구했고, 10일 한국중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피해자 A씨와 사측의 입장을 비교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따져봤다.
피해자를 가해자와 함께 해임
A씨에 대한 ‘해임’에서 핵심 쟁점은 과연 이 회사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온 ‘해외교육’이 사실상 포상성격의 ‘외유성’으로 운영되어왔는지 여부와 과연 6년차 직원에 불과한 A씨가 외유성 해외연수 결정에 책임을 져야하는가 하는 점이다.
공기업의 외유성 해외연수는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온 문제로,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를 빙자한 관광성 국외여행 등 예산낭비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책 마련을 공직유관단체를 포함한 1000여개 공공기관에 권고한 바 있다.
A씨는 회사가 해임사유로 제시한 ‘근무지 이탈, 허위문서 작성보고’ 등은 ‘관례’로, 해임은 성추행 폭로에 대한 고용상 불이익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해외 교육은 관례적인 것으로, 회사가 성추행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가해자와 함께 부당해임을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측은 “해임 사유는 성추행 사실과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교육 기간을 부풀려 사적인 여행을 한 것이 적발돼 회사에 손해를 입힌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해외 교육의 잔여기간에 개별여행을 허용하는 것은 관례적이다’라는 주장은 공기업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례 발생 시 동일한 기준으로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해자와 2차 가해자의 징계
A씨는 “회사가 공대위 공문에 대한 답변공문을 통해서 인사위원회 결정을 통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지금까지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지난 2012년 11월 9일 인사위원회 종료 후 책임자가 피해자를 면담해 조치 결과 및 향후계획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항고 재조사시에도 가해자에 대한 성추행 징계 결과를 상세하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사측이 각종 법조항과 성희롱예방지침 등에 명시된 절차를 무시하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 없이 징계절차를 진행했고, 가해자와의 최소한의 분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엄청난 인권침해와 악의적인 소문, 협박, 집단따돌림 등의 2차 가해에 노출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측은 “성추행 사건에 대해 즉시 조사에 착수해 가해자에 징계 최고수위인 해임을 2차가해자에게는 ‘직장 내 성희롱’을 적용해 중징계(감봉 3월)를 처분했다”고 강조했다.
징계위 재심 강행
A씨에 따르면 성추행 의혹해소를 위해 징계위 재심 연기를 요청했지만 회사가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차 징계위 이후 2달여 동안 소식이 없던 2차 징계위를 돌연 10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성추행 사건을 선결하고 징계위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예정대로 징계위를 강행했다.
사측은 A씨의 주장에 대해 “항고심 징계위는 ‘해외교육 부당시행에 대한 책임’건으로 성추행과 무관함으로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회사의 처리는 이미 완료됐다”고 전했다.
피해자 요구사항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명예회복과 공개사과 ▲가해자 및 2차가해자 처벌 ▲책임 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 ▲절차에 따라 상식과 형평에 맞는 조사와 양형을 요구했다.
A씨는 또한 공대위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으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여성발전기본법시행령 제27조의2 ▲공공기관의 성희롱예방지침 제6조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조치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측은 “가해자의 공개사과는 당사자들 간 해결해야할 사항이며, 가해자 처벌은 이미 완료, 성추행 사건 발생 후 사내 예방교육 시행했다”며 또 “국민인권위에서 별도 조사 중으로 재조사가 무의미함으로 조사결과에 순응하지 못할시 직접 사법기관에 고소(고발)를 권유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의 진정결과는 내달 20일경 통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