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법안소위 ‘빈 손’…표류하는 인터넷은행법
“대기업 사금고화 여야 의견차 뚜렷”…케이뱅크 운명 또 다시 안갯속
2019-10-24 박한나 기자
◇인터넷은행법, 법안소위 ‘보류’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은행법은 KT 담합 혐의로 인한 특혜 시비 우려와 사금고 논리에 막혀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야당은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은행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는 금융사는 공정거래법을 포함한 모든 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추혜선 의원은 “금융사 대주주가 금융관련 법령을 지키면 되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왜 따지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지배력 남용이나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라며 “경제력을 집중시키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그 부를 더욱 늘릴 수 있는 위험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금융관련 법령 외의 법률 위반 요건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초점이다. 현행법은 최근 5년 이내에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 현재 케이뱅크는 이 개정안 통과에 사활이 달려있다. KT는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도약해 인터넷은행업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현행법에 발목이 잡혀 대주주 심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이미 대기업 사금고화 우려를 불식하는 안전장치가 인터넷은행법에 명시돼 있어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서도 인터넷은행법에 대한 의견이 나뉜 것으로 안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하도록 개정안 통과라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도 있지만 또 일부 의원들은 시장에서 이미 도태된 기업은 시장 논리에 맞게 빨리 없어지는게 낫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부결’‧신용정보법 ‘다음 기회’
예금보험공사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부결됐다. 착오송금은 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송금금액, 수취금융회사,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로, 착오 송금 후에는 수취인의 동의 없이 돈을 돌려 받을 수 없어 개인이 직접 소송을 진행해야 소비자 불편이 야기돼 왔다. 통과 취지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재원 마련에 합의를 보지 못해 논의가 멈췄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금융사들의 예보료 인상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예보료 인상분만큼 금융상품 원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예산을 충당할 가능성이 매우 커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와 금융사들의 숙원 과제인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다음 소위에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가명정보를 활용해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하도록 빅데이터 분석과 이용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업계는 금융혁신을 위해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민감한 정보 유통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무위 의원들이 다수여서 이번에도 논의가 중단됐다. 여기에 이날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안소위에 불참해 만장일치가 불가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통과되기를 많은 금융사들이 희망하고 있다”며 “오늘 법안소위 결과처럼 오는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서 재논의할 수는 있지만 결국 올해 통과되지 않으면 20대 국회에서 폐기돼 21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