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 470조 추경 6조 쏟아 붓고도 1%대 성장 ‘세금주도성장에 경고장’

가계소득 증가·내수 부양 통한 성장 모델 실패 수출 악화 이어지자 슈퍼예산 투입해도 역부족 건설 경기 부양 유혹·재정건전성 우려 더 커져

2019-10-24     박규리 기자
우리나라의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0.4%에 그치면서 올해 전체 성장률은 2% 달성이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산업화 이후 제2차 석유파동(1980년 -1.7%)·외환위기(1998년 -5.5%)·금융위기(2009년 0.8%) 때를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더구나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469조6000억 원에 달하는 본예산과 추경 5조8000억 원 등 모두 475조5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마중물 성격의 재정 투입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드러난 결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말았다. ▮내수 부양으로 성장 도모 재정을 투입해 내수를 방어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지난 2년간 실패로 드러났다.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가계소득 재고 정책을 통해 내수가 살아나면 경제 성장 역시 따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범 원년인 2017년 성장률이 3.2%를 기록하자 정부는 자신감이 넘쳐 2018년 3% 달성을 자신했다. 또 소득여건 개선으로 실질구매력이 좋아져 민간 소비가 2.8%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428조8339억 원으로, 2017년 400조7000억 원에서 28조 원이 증가한 규모였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일자리 추경 3조8000억 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작동하지 않는 소득주도성장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제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2018년 말 수출까지 감소했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2018년 성장률은 3%대가 무너지며 2.7%에 그쳤다. 2012년(2.3%) 이후 6년 만에 최저치였다. 이 같은 상황은 2019년에도 계속됐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수출은 10월까지 계속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더불어 기업의 투자 의욕까지 꺾였다. 정부는 추경을 포함해 475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내수 살리기에 나섰지만 수출의 감소 효과를 상쇄하지 못했다. 성장률은 더욱 떨어져 1분기 -0.4%, 2분기 1.0%, 3분기 0.4%(속보치)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으로 4분기 깜짝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올 성장률은 사실상 2%대마저 무너지게 됐다. ▮건설 경기 부양 유혹 커졌다 내년은 513조5000억 원 초슈퍼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재정의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결국 건설 경기 부양의 유혹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실제 내년 예산안에는 건설 경기 부양과 관련된 예산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 예산안 총괄 분석’에 따르면 예산안 중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는 사업은 모두 43건으로 총사업비 기준으로 28조3521억 원에 달한다. 올해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16건 2조8986억 원 수준이었다. 1년 사이 무려 25조 원 이상 급증했다. ▮중기 재정건정성 우려 커져 기대에 못 미치는 확대 재정 효과의 부작용은 건설 경기 부양 유혹만이 아니다. 재정건전성 우려를 일축하는 정부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구조전환기,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한 공동 토론회에서 “단기적 재정확장을 위한 재정여력은 존재하지만, 중기적 관점에서는 재정 여력이 불충분하다”고 했다. 현재 재정 상황이 경기대응 목적의 단기적 지출 확대까지는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2~3년 뒤부터는 적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질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