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문화비축기지 ‘그대로 보기’ 공연

300평 탱크 안 활거문고와 생황의 이색 사운드 실험 ‘관습적 음악하기’를 거부하는 ‘박우재와 박지하’의 전통음악 실험

2020-10-25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정성숙)이 현대적 공간에서 전통의 동시대성을 모색하는 ‘디 아트 스팟 시리즈(The Art Spot Series)’ <그대로 보기>를 11월 7일 부터 10일 까지 문화비축기지 T4에서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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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선보인 ‘디 아트 스팟 시리즈’는 장소맞춤형 공연으로 관객과 전통예술과의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경복궁부터 영화관, 미술과 현대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와 장르의 융합을 통해 전통예술의 새로운 오늘을 모색한다.
이번 공연은 활거문고의 영역을 개척한 박우재와 BBC와 가디언이 주목한 음악가 박지하, 섬유예술가 민향기가 함께한다.

특히  ‘관습적 전통음악 하기’를 거부하는 박우재와 박지하의 만남이 이목을 끈다. 전통악기를 도구삼아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젊은 연주자들이 만들어낼 시너지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이들은 300평 긴 잔향을 지닌 공간의 특성에 맞는 악기 편성과 연주법을 구성했다. 전통적인 연주법과 달리 박우재는 술대 대신 바이올린 활로 거문고를 타고 박지하는 그만의 감성으로 피리와 생황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기타나 바이올린 악기줄 보다 성긴 거문고의 줄(명주실)과 활의 마찰음은 마치 바로크시대의 ‘비올라 다 감바’ 혹은 몽골의 ‘마두금’과도 비슷하다.

이 소리가 문화비축기지 T4에 유연하게 흐르며 피리의 풍부하고 밀도 높은 소리와 가볍고 부드러운 생황의 음색이 어우러져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소리를 시각화한 민향기의 베짜기 시연 역시 흥미롭다. 직조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며 기둥과 기둥 사이에 실을 걸어 공간을 분할하는 퍼포먼스가 더해진다. 거대한 공간을 유영하는 소리들이 연결되어 독특한 하모니를 이루듯 날실과 씨실의 조화가 관객의 사유를 확장하는 매개가 된다.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는 “거대한 울림 속 악기 본연의 소리에 집중했다”며 “사회적으로 학습된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돼 오롯이 나를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공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11월 9일 오후 5시 30분 문화비축기지 T6에서 음악가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했다. 자세한 정보와 예매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