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외형·내용 모두 ‘큰 정부’

부처 숫자·공무원 수 따라 재정 증가…컨트롤타워 의한 개입 확대

2014-01-16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15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박근혜 정부가 외형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큰 정부’로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통상 행정학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기준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개입 정도에 따라 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구분하는데, 경제부총리 부활이나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공룡부처의 등장은 새 정부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가르는 구체적인 기준은 공무원의 수와 재정의 규모로, 행정학자들은 이런 기준을 놓고 봐도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비해 큰 정부의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우선 공무원 수를 보면 이명박정부는 정부 조직개편 당시 전체 공무원 정원의 5.3%인 6851명을 감축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현 인원을 유지·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여기에는 박 당선인이 경찰·소방 공무원 등의 수를 늘리는 공약을 내걸었다는 배경이 있다.재정 규모 역시 박 당선인이 무상보육·교육 등 보편적 복지를 주된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과 함께 부처 숫자 증가에 따른 사무실 유지비와 고위공무원 인건비, 그리고 공무원 숫자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인건비 증가분을 감안하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경제부총리 vs 미래부 양강구도‘큰 정부’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 중 하나는 ‘정책 조율’ 기능을 담당할 컨트롤타워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점으로, 특히 경제부총리제가 신설되면서 경제 부처의 총괄 기능을 맡게 되고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양강구도가 형성됐다.기획재정부는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되면서 앞으로 명실상부하게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선임부처로 기능하게 됐다.당초 인수위 주변에서는 이명박정부가 폐지한 경제부총리제가 5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인수위 측은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전반을 총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주었다.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을 총괄하는 기능을 맡게 된 미래부의 경우, 신설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초대형부처로 등장이 예고되고 있어 참여정부 시절 사실상 부총리급으로 운영되었던 과학기술부 이상의 위상을 갖게 될 전망이다.‘국가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원대하고도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미래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업무와 폐지되는 국가과학위원회의 기능, 그리고 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에 흩어져 있는 ICT 업무도 가져와 관련 부처의 정책조율 기능을 담당할 전망이다.복지·외교안보도 ‘조율역’ 있을 것현재까지 발표된 조직개편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추후 정부와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복지와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신설될 사회보장위원회와 청와대에 신설될 국가안보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차기 정부 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복지’의 컨트롤타워역할을 맡게될 사회보장위원회는 제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복지재원 조달을 총괄하는 역할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10여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복지 관련 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 설치는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공약’으로 인수위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추진 중인 사실을 공개한 사안으로, 인수위에 따르면 ▲정책조율 ▲위기관리 ▲중장기적 전략의 준비 등 3가지 기능을 하게될 것이다.장관급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큰 국가안보실장은 기존의 외교안보수석의 외교·국방·통일 분야 업무에다 국가위기관리실의 안보관련 위기관리 업무도 포괄할 것으로 예상되며 산하에 별도의 사무처를 설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한편 박근혜정부는 부처의 숫자라는 외형 면에서 새 정부 조직은 17부 체제로 이명박정부의 15부보다 많아졌다.다만 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첫 정부인 노태우정부가 전두환정부와 같은 3원17부로 시작한 것을 비롯해, 김영삼정부가 3원15부, 첫 정권교체기이자 IMF 관리체제에 따른 강제적 ‘작은정부’를 꾸렸던 김대중정부가 2원17부, 노무현정부가 2원18부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17부 체제가 숫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