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기 경고음 요란해도 희망적 사고·정치 논리 매몰
마이너스 성장률에도 “하반기에는 회복할 것” 낙관론
“평화경제기반 구축” 강조했지만 ‘통미봉남’ 가속화 우려
2019-10-27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다음달 9일로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전히 한국 경제의 현실을 외면하고 희망적 사고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 정부가 역량을 집중했던 한반도 평화정책도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조국 사태’ 이후 속도전에 나선 공정개혁도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에도 ‘낙관론’ 이어와
취임 초반 일자리와 고용지표를 두고 시작된 문 대통령의 경제인식 논란은 올 들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쇼크 이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 지난 5월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한 것에 대해 “걱정되는 대목”이라며 “앞 분기에 비하면 0.3% 마이너스다. 작년에 비하면 1.8% 성장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정부나 한은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에 해당하는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분명하게 인정해야 할 것은 우리가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라며 “거시적인 경제성공은 인정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뒤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우리나라의 능력과 수준을 정작 우리 자신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바이오헬스산업 성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후 여러차례 반복되며 10월 시정연설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무디스와 피치의 신용등급평가를 근거로 “세계적 신용 평가기관의 일치된 평가가 보여주듯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고 했고, 이어 한달 뒤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최근 고용지표와 가계소득 지표가 개선됐다고 강조하며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실 인식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시정연설에서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 상승,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평가를 언급하며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도 오히려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 희망적 사고에 갇혀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평화프로세스에서도 교착국면 계속
희망적 사고에 따른 현실 인식 논란은 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거세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노딜 회담’으로 결렬된 후 ‘청와대가 결렬 기류를 알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의 낙관론은 계속됐다. 심지어 북측이 노골적인 대남 비난에 나선 상황에서도 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하지 말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속 평화경제 구상을 두고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며 평화경제 구상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다음날 보도된 금강산 시찰에서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고, 이틀 뒤 북한은 북측 금강산 국제관광국 명의로 정부에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이 올해 연말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상황이지만, 미국과는 대화하고 남한을 배제하는 ‘통미봉남’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러한 지적에 “(남북관계의) 문이 닫혀 있지 않는데 왜 닫혀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국 사태서 평등·공정·정의 약속 무색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라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공정’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지명할 당시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속도를 내는 ‘공정 개혁’도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엇비슷한 비중으로 ‘공정’을 강조하며 교육 불공정 해소를 위해 정시비중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라며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시정연설에서 ‘합법적 불공정’이라는 표현도 나왔는데, 대통령 입장은 이해하지만 받아들이는 시민의 관점에선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