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나가는 기업들의 ‘점심시간’ 경영학

2020-10-28     폴 장 플레이팅 대표
[폴 장 플레이팅 대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시절, 점심으로 뭘 먹을지는 매일 큰 고민거리 중에 하나였다. 한국에 돌아와 ‘먹는 고민’을 해결해보고자 플레이팅을 창업했을 때, 직장인들의 점심 고민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몇 회사에서 플레이팅에서 제공하는 쉐프의 요리를 매일 점심마다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 회사들을 위해 한 주, 두 주 식단을 짜다 보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게 됐다. 그 서비스가 바로 플레이팅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찾아가는 구내식당’ 서비스다. ‘좋은 요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플레이팅의 창업 철학이 앱 서비스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서비스로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쉐프의 요리’라는 플레이팅의 차별점은 유지했다. 그렇게 서비스를 운영해오며 국내외 유명 기업들의 점심시간을 책임지다 보니, 점심시간을 경영하는 플레이팅의 고객사들을 통해 배우는 바가 많았다. 첫째, 직원들의 점심고민 해방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플레이팅 고객사들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직원들이 점심에 무얼 먹을지 고민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 시간을 온전히 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미리 해결해준다. 그들은 찾아가는 구내식당을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활용했다. 여러 기업들이 업무의 효율을 위해 집중업무 시간을 운영한다. 보통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을 설정하고 미팅이나 외근, 자리 이동을 금지한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에 얼마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느냐다. 우리 고객사들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둘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점심시간의 가치가 달라졌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의 경영진과 직원 모두에게 업무 효율성에 대한 숙제를 안겨줬다. 점심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가 음식점에 도착해 또 기다리다가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후다닥 사무실로 돌아오는 데까지 점심시간 1시간은 부족하다. 점심시간 1시간을 이동하고 기다리는데 낭비하고 실제로 10분에서 15분 정도만 먹는데 시간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플레이팅의 고객사 직원들은 사무공간 내에서 15분 정도면 식사를 마친다. 점심시간 정시에 정확히 식사할 수 있도록 모든 세팅을 완료해 놓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점심시간의 새로운 활용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플레이팅 고객사들의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협업, 교류, 학습, 휴식 등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공식적인 회의시간이 아니더라도 식사하는 동안 한 간단한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습은 일반적이다. 다른 팀과의 교류 시간도 점심시간을 활용한다. 개인의 발전을 위한 배움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직원도 늘었다.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각종 교육도 이 시간을 통해 해결한다. 이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중 가장 많은 비율은 휴식하는 것이다. 잠시 휴식을 통해 오후 업무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넷째,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찾아가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이 쉐프의 식단과 요리에 만족감이 크다는 것이다. 사내에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점점 직원들을 위해 음식에 신경을 쓰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살기 위해 먹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사기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먹는 것은 그 회사의 문화와 복지의 수준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요즘 잘나가는 기업들은 직원들이 잘 먹어야 회사가 발전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습득하고 있다. 점심시간은 하루 한 시간 정도이지만 업무의 효율성이나 기업문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기업이나 경영자들은 위와 같은 접근으로 점심시간을 경영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플레이팅 임직원들에게도 특별한 사명감이 생겼다. 단순히 점심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그들의 경영전략에 동참하고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이다. 앞으로 점심시간을 경영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 플레이팅도 그 기업들을 위해 더욱 고민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