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서울시향에 금융혁신 노하우 전수

2020-10-30     박한나 기자
정태영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국내 여신금융사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며 터득한 ‘혁신 노하우’를 서울시향에 전수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17년 6월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향의 후원과 회원제도 개편과 관련해 이사진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신선한 아이디어를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다듬고 있다.

◇정 부회장, 서울시향에 운영 위주 아이디어 제안

정 부회장은 최근 월간 ‘SPO’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시향 이사로 2년간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알렸다. 정 부회장은 평소 아이디어를 많이 내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서울 시향 이사로서 정태영 부회장은 조금 달랐다. 정 부회장은 “이사직을 수락할 때 하나는 기업인으로서 문화기관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다”며 “또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있었는데 이 경험 덕분에 의사결정 방식이나 어젠다를 알게 된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공공기관 이사 같은 것을 맡으면 ‘기업은 안 그런데 여기는 왜 이래요’하는 식으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브한 접근”이라며 “생리가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운영에 관한 어드바이스 위주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향의 소임이 예술성이냐 공공성이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가장 훌륭한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공헌인가 등에 관한 문제다. 이는 민간기업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정 부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요구하고 있는데 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많이 팔아서 세금을 많이 내면 따로 자선 사업 하지 않고 기업 본질에 충실한 것이 사회적 역할을 더 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이와 유사하게 서울시향 가장 큰 사회공헌은 제일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 자체가 본연의 업무라고 언급했다. 좋은 음악에 집중해 그걸로 서울시 이미지를 더 높이고, 클래식 애호가를 늘려가는 예술적 성취에 조금 더 방점을 두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정 부회장 “후원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정태영 부회장은 서울시향 후원제도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서울시향을 진정으로 지지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후원제도는 티켓을 싸게 할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까이 가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정 부회장이 말하는 ‘가까이 간다는 것’의 핵심은 단원들을 무대에서 끄집어내 회원 개인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원자에게는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나 연주자와 개인적인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단 5분이라도 직접 이야기하게 되면 서로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문화 예술계에 대한 후원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기업과 개인 후원 비중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업이 들어와야 예산 문제가 해결되고, 개인이 들어와야 지지층이 형성되는 만큼 둘 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외국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우리의 후원 문화의 개선도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외국 문화단체의 경우 이 정도 내고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반응이 정말 어마어마한 반면 한국의 문화단체는 후원은 받는데 거리는 두고 싶어하는 느낌이 있다”며 “공공성을 띤 문화단체가 어떤 기업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걱정도 조금씩 떨쳐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카드는 뉴욕 현대미술관에 13년 동안 후원을 보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MoMA와는 후원 관계를 넘어 서로 사랑하는 ‘파트너’로 오랜 시간 후원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그는 “MoMA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 브랜딩에 필요한 영감도 많이 얻는다”며 “MoMA도 저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데 단순히 돈만 보내는 후원자가 아니라 확실한 의견도 제시하고, 새로운 비전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MoMA 관장과 최근 의기투합한 것이 퍼포먼스 장르를 같이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며 “행위예술은 난해하고 벽에 걸어놓을 수도 없지만 중요한 예술 분야로 인식해 후원하고 있는데 뉴욕에서 스타가 되는 한국 행위예술 아티스트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