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마트가 세운 ‘상생공식’

2019-10-31     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유통업계는 한마디로 개화기의 혼돈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롯데·현대·신세계 등 대형 유통그룹은 실적부진에 봉착했고, 위메프·티몬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 역시 자본 잠식에 빠진지 오래다. 일부 기업은 뒤늦게 온라인 사업 강화 카드를 내밀고 나섰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성과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4인가구를 주 타깃으로 장사 해오던 대형마트 업계의 상황은 더하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게 만들었고, 장기적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최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새벽배송에 뛰었지만 출혈경쟁에 따른 승자독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연이은 적자행진은 3분기를 넘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어려움 속에서도 ‘상생’의 개념을 재정립, 획기적인 공식을 세운 업계가 있다. 바로 이마트다. 이마트는 최근 창사 이래 지난 2분기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배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상생 패러다임’을 써 내려가고 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대립관계라는 뻔하디 뻔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짜 상생을 지향하는 중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중에서도 전통시장 살리기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2016년 8월 당진어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첫 선보인 후 최근 삼척 중앙시장까지 총 10개의 전통시장과 손잡고 획기적인 상생 전략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통시장 안에 노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형태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를 유입, 전통시장을 찾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놀이터, ‘장난감 도서관’ 등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젊은 맘들의 발길이 유도하고 나선 셈이다.  이마트의 예상은 적중했다. 젊은층 유입은 지속 확대됐고, 매출 증가는 덤으로 따라붙었다. 일례로 상생의 첫 테이프를 끊은 당진 어시장의 경우, 지난 2016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유치 후 시장 주차장 이용 건수가 전년대비 2016년 50.8%, 2017년 54.5% 증가해 상생스토어의 고객 유치 효과가 입증됐다. 또 2019년 7월 오픈한 노브랜드 동해 남부 재래시장 상생스토어의 경우 하루 평균 방문객이 400~500명 가량 증가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실효성을 떠나 어려움 속에서도 이마트의 지속적인 상생 행보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다만 결과에 따라 이를 거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비단 출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 관심과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통해 전통시장과 이마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격려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