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주택시장] 사야 하는 사람도 팔아야 할 사람도 ‘갈팡질팡’

잇단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름세 잡히지 않아 시장흐름 예측 어려워 매수·매도시점 잡지 못해

2020-11-03     성동규 기자
서울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정부의 부동산 시장 합동점검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엄포'가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청약시장도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게 낯설지 않을 정도로 열기를 넘어 과열로 치닫는 등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규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벌써부터 추가 대책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종합부동산세를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또 재건축 연한을 현재 30년에서 40년까지 확대하는 카드도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흐름이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과 인기가 있는 수도권 일부 지역, 그리고 지방에서도 개발호재가 있는 곳 등으로 제한돼 있다. 반면 다른 지역은 지어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악성 미분양이 쌓이는 등 침체의 길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주택시장 정책은 규제 중심으로 가고 있으나 풍부한 유동성은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이미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단기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어서고 있고, 여기에 집값 흐름에 영향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의 움직임도 변수다. 올 연말까지 6조원 이상, 내년에는 약 45조원의 보상금이 풀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들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흐름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보니 매매 시점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로 정책 여력을 확보하게 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하는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덧붙여 "당장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매우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더 시장을 살펴보다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다만 이상 급등세를 보였던 2017년과 같이 가격이 들썩이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내년 4월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매도는 상반기 매수는 하반기로 시기를 잡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장 본부장은 "내년 1월부터 고가 주택 자금 조달에 대한 상시조사체계를 운영하는 등 정부는 올해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서울 집값은 현재가 최고점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다주택자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정리하는 걸 권한다"며 "추가 규제에 따라 세 부담은 많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앞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매수 시기도 현재로 봤다. 장 본부장은 "서울 집값은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하락 국면 땐 지역별로 격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갈아타기 수요나 무주택자라면 지금이라도 가계 여건에 맞는 매물을 잡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