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개 위해 베트남 시장 진출하는 카드사들
현대카드, 베트남 진출…FCCOM 지분 50% 490억에 인수
신한‧롯데카드에 이은 출사표…“높은 성장률로 잠재력 풍부”
2020-11-03 박한나 기자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융산업의 발전은 여기에 미치지 못해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국내 카드사들은 베트남 진출로 신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국내 불황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신한카드와 롯데카드에 이어 세 번째로 배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28일 베트남의 중견 은행인 ‘MSB(Vietnam Maritime Commercial Joint Stock Bank)’의 100% 자회사인 ‘FCCOM(Finance Company Limited for Community)’의 지분 50%를 49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FCCOM은 베트남의 소비자 금융기업으로 개인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지분 인수 이후 FCCOM은 현대카드와 MSB의 50:50 조인트 벤처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대카드는 금융상품과 마케팅, 리스크관리, 디지털금융 등의 분야에서 선진금융 노하우를 주도적으로 이식하고, 현지 시장에 정통한 MSB는 영업과 실무 오퍼레이션 부문을 책임질 방침이다.
사업은 현재 주력 분야인 개인금융에서 비즈니스 인프라 확충과 함께 신용카드와 자동차금융, 기업금융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현지에서 현대‧기아차 연계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베트남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1위(32%)를 차지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베트남 진출은 현대카드가 해외 시장에 최초로 직접 진출하는 사례여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새로운 합작법인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베트남 시장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지난 7월 베트남에 현지법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Shinhan Vietnam Finance Company Limited)’를 출범시키며 베트남 금융사업에 뛰어들었다. 신한카드는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프루덴셜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프루덴셜베트남파이낸스(Prudential Vietnam Finance Company Limited) 지분 100%를 인수했다.
PVFC에서 이름을 바꿔 출범한 SVFC는 베트남 파이낸스 업계 4위로 비은행금융업 부문 라이선스를 활용해 소비재, 자동차 할부금융 등 리테일 소매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현지인 우량 고객군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7년 베트남 현지 소비자금융사인 ‘테크콤 파이낸스’와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3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인수를 최종 승인받았다. 이후 약 9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를 출범시켰다.
롯데파이낸스는 하노이, 다낭, 호치민 등 베트남 주요도시에 본사와 영업점포 14개를 운영하며 소비자 대출, 할부금융, 신용카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호텔,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등 롯데 계열사 가맹점과 연계해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높은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소는 올해 4분기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7.2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기반으로 한 젊고 풍부한 노동력과 큰 내수시장도 매력적이다.
경제 성장에 비해 금융 시스템 자체는 낙후돼 있다는 평가다. 베트남은 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신용도가 낮아 현금 사용율이 동남아 국가중에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현지인들의 금융계좌 보유율은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용카드 시장의 사용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지만 그 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포화된데다가 카드사들의 실적이 감소하고 있어 수익창출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베트남은 동남아 시장 중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높으며, 베트남 정부가 비현금 결제를 독려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