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도 '인공지능'이 심사한다
교보생명‧삼성화재 등 언더라이팅 AI 도입 확산 고객 만족도‧업무 효율성‧비용절감 효과 등 기대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보험업계가 보험계약 심사에 앞다퉈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있다. AI가 스스로 규칙을 학습하며 빠르게 신계약 인수 여부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일부 기능만 담당한 AI가 보험 핵심 업무까지 적용되면서 고객 만족도와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AI 언더라이팅 시스템 ‘바로(BARO)’를 개발하고 현업에 활용하고 있다. 바로는 언더라이터를 대신해 고객이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면 자동으로 계약을 승낙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계약을 거절한다.
바로가 판단하기에 조건부 승낙에 해당할 경우에는 언더라이터가 참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키워드 중 가장 유사한 5개의 결과를 추려 제공한다. 바로는 미리 짜인 언어 규칙에 따라 응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보생명이 구축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해진 언어 규칙을 벗어난 유사 문장의 의미까지도 분석한다.
예를 들어, 교보생명 컨설턴트가 신규 고객의 사전심사 결과를 요청하면 바로는 “고객님은 ‘교보미리미리CI보험’ 가입 대상입니다”, “고객님은 교보미리미리CI보험의 대상이 아닙니다. 고객님이 가입 가능한 대안상품으로는 다음과 같은 상품이 있습니다” 등의 대답으로 보험심사에 걸리던 대기시간을 줄였다.
삼성화재도 장기보험에 AI 계약 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장기인보험에 적용되는 AI는 언더라이터의 별도 확인 없이승인한 유형들을 스스로 학습해 승인 처리하며 가입 건들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계약심사 업무직원이 가벼운 질병 이력만 있어도 일일이 확인해야 해 처리에 한계가 있었다.
장기재물보험에서는 삼성화재가 보유한 17만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학습한 AI 이미지 인식 모델이 적용됐다. AI는 이미지 인식과 자연어 처리를 통해 가입 설계 단계에서 빠르고 정확한 업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KB손해보험는 머신러닝모델을 장기보상 보험금 지급과 전산 자동심사 등에 적용하고 있다. 내년까지 모든 업무 영역에 완전한 AI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DB손해보험 역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AI 계약 심사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보조 수단 정도로 활용했던 AI를 보험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AI를 도입하고 있는 언더라이팅은 보험사의 핵심 업무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을 가입하는 피보험자의 △연령, 과거병력 등 신체적 △소득, 자산 등 재정적 △직업, 운정차종 등 환경적 △보험금 지급이력 등 도덕적 위험을 평가해 적절한 위험집단으로 분류하고 보험 청약에 대한 적절한 인수조건을 부여하거나 승낙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 과정이다.
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을 통해 우량 피보험체를 인수하고 역선택과 보험사기를 차단해 사차익을 확보한다. 사차익은 당기순이익과도 직결된다. 사차익은 실제 사망률이 예정사망률보다 낮을 때 발생하는 이익으로 지난 2016년 당기순이익의 61%가 사차익에서 실현됐다.
아직 AI 기반의 언더라이팅은 도입 초기인 만큼 일부 보험사만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장기적인 투자 개념으로 적극 나서면서 도입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 효율성 효과가 기대보다 커 향후 실질적인 인력의 비용절감 효과까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 상품과 계약 대출 등의 상담 업무는 AI가 담당하고 있다”며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을 AI가 담당하게 되면 현재 인력들을 생산적인 업무들로 재배치가 가능해 보험사 전체적으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