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혁신금융이 혁신금융으로 기억되려면

2020-11-04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영화 '블랙머니'는 다시 '모피아'를 불러내 외환위기 책임을 묻는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았다는 논란을 다루는, 실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금융범죄물이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와 마피아를 합친 말로, 영화에서는 거대 금융비리 실체로 등장한다. 정부는 2011년까지 8년에 걸쳐 외환은행을 외국자본에 팔았고, 결국 헐값 매각과 먹튀 논란을 낳았다.
얼핏 철 지난 듯 보이는 모피아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금융권 요직을 독식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이나 국책은행 인사마다 참여정부 시절 주요인사가 하마평에 오른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금껏 추진해온 혁신금융이 성과를 내려면 손발을 맞출 만한 인물을 찾을 수밖에 없을 거다. 능력있는 관료를 발탁하는 일을 덮어놓고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모피아 논란까지 눈감아주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요즘 금융권을 보면 임기를 마치는 수장이 꽤 많다. 이미 공석이던 수출입은행장 자리에는 방문규 전 기재부 2차관이 취임했다. 다른 금융공기업이나 국책은행 수장도 줄줄이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하마평을 보면 유독 기재부 출신이 많다. 곧 임기를 끝내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한국자금중개,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후임으로 꼽는 인물이 모두 그렇다. 새 IBK기업은행장도 일찌감치 관료 출신을 내정한 걸로 알려졌다. 더욱이 민간 금융기업인 하나금융그룹도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다. 정부와 각을 세워온 것으로 알려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오는 2021년 3월 3연임을 끝으로 물러난다고 한다.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정부가 이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힐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모피아 논란이 안 불거지면 이상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겉으로는 인위적인 인사 개입을 자제해왔다. 반대로 이제는 '내 사람'을 노골적으로 챙기는 모습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조국 논란' 이후 적군과 아군을 구분 짓는 '피아식별'을 가장 우선시하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이 조국 논란에 반반으로 갈린 마당에 '내 국민'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왜 블랙머니와 같은 영화가 관심을 모을까. 우리 기억에서 지우기 힘든 사고를 모피아가 끊임없이 일으켰기에 그럴 거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고, 국정 수행 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조급할 수밖에 없을 거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혁신금융'이 혁신금융으로 평가를 받으려면 그래야 한다. 문재인 정부 인사가 '블랙머니 속편'에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