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주택시장] 집값 동조화는 옛말…'되는 곳만 된다'

지역 요인 강화되며 탈동조화 현상 두드러져 공급과잉 등으로 서울집값 흐름과 다른 양상 서울 집중화 강화로 서울 구축단지도 상승세

2020-11-04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전국 주택 시장이 각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수도권, 지방 집값이 따로 움직이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등 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의 집값은 오름세가 지속되는 반면 지방 집값은 하락폭이 전국 평균을 하회하며 탈동조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통상 강남권에서 시작된 서울 주택시장 상승세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을 거쳐 지방 대도시, 중소도시에까지 확산되는 '동조화 현상'이 일어났지만, 현재는 지역에 따라 주택 시장이 디커플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금융연구원은 최근 '수도권과 부산·울산 주택가격 비동조화 현상과 원인' 보고서에서 국내 주택시장에 지역요인이 강화되며 독립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인걸·최영상 HF 연구위원은 "2009년까지는 전국 요인이 동인하는 동조화 현상이 전국적으로 강했으나 점차 지역 요인이 강화되면서 2015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택 가격 변화가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역 요인은 지역 고유의 인구 구조적 변화나 경제 성장 등의 요인을, 전국 요인은 국가적인 현상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을 말한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10월까지 서울 집값이 11.13% 오르는 동안 5대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각각 1.38%, 6.19% 하락하며 뒷걸음질쳤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와 인천의 상승률도 1.27%, 0.81%에 그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16년 이후 서울 주택시장 강세가 나타나 지난해부터 더욱 뚜렷해졌고, 디커플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서울 집값 상승세가 나머지 수도권 지역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연동되더라도 분당, 과천, 하남, 광명 등 특정지역에 국한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2~3년간 입주량이 과잉된 경기지역은 공급이 희소한 서울 집값 상승세에 연동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못했고, 서울과 인접하거나 유사한 생활권 등으로 수요 쏠림이 일어나면서 나머지 지역은 수혜를 못보는 경우도 발생했다"며 "지방 역시 그간 공급량이 많았던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 조선 등의 침체로 인한 구조조정 등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 집중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현재 주택시장은 동조화보다는 서울 집중 현상으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경기지역도 서울과 인접한 판교, 분당 등 일부 지역만 서울 지역과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주택시장은 버틸 것이란 생각에 수요자들이 서울로 몰리면서 구축아파트까지 상승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